흑서 필자들 대선서 '문재인 지지'
집권세력 모든 의견 귀 기울여야
지지하지 않았거나 철회한 사람들
'한번도 경험 못해본 나라'서 살아
상반된 시각에서 조국사건을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다. 최민희 전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조국백서'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오마이북·이하 백서)'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이어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 상상·이하 흑서)'가 발행되었다. 흑서의 필진은 진중권 교수와 참여연대 출신의 회계사와 변호사 그리고 서민 교수, 강양구 기자 등 다섯 명이다. 이들 모두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백서와 흑서는 조국 전 장관을 각각 '희생자'와 '위선자'로 규정한다.
백서는 희생자 입장이다.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검찰은 완강히 저항했고 여기에 언론이 합세하여 조국 일가의 인권을 무참하게 유린한 것이 이들이 보는 사건의 본질이다. 아무 죄가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조국사건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시민의 알릴레오', '시사타파 TV'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언론은 개혁 대상이지만 이들은 예외다.
흑서는 조 전 장관을 위선자로 본다. 현 집권세력은 적폐청산을 주장했다. 청산된 자리는 누가 차지하는가. 새 집권세력이다. 그들은 집권 이후 신적폐가 되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다르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을 했으므로 정의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구 모두 적폐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기득권자가 된 그들에게 바꾸는 것보다는 지킬 것이 많아졌다. 자신들의 특권을 2세에게 대물림하려 한다. 사익추구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미 보수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싸우는 듯한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또한 그들은 선전선동에 능하다. 대중들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인 양 착각하게 만들어 광장으로 동원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을 문화콘텐츠로 간주하여 거짓말을 남발한다. '어용지식인' 유시민 이사장은 진실을 자기 맘대로 재해석하는 이른바 '대안적 사실'을 유포한다. 주저와 망설임도 없다. 그래서 사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변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을 기만하고, 대중을 호도하고 있다.
수십억원대의 자산가가 탈법,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다. 자녀의 대입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고 법을 위반했다. 그런 사람이 정의를 수호하고 법질서를 유지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이것이 흑서가 보는 조국 사건의 진실이다.
두 책은 같은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르게 평가한다. 희생자 대 위선자 논쟁은 조국사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최근 여당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법, 공공의대 운동권 자녀 특별 전형 등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이미 일부 사립대의 민주화운동 자녀 특례 입학 사례가 보도되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 중에서 계속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철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흑서의 필자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다. 왜 이들은 현 정권을 비판하게 되었을까? 정권교체 이후 '자리'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섰다고 조롱한다면 더이상 논의의 진전은 불가능하다.
현 집권세력은 흑서를 읽어야 한다. 지지자는 물론 지지 철회자,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이 나라는 대통령 '지지자만의 나라'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거나 지지를 철회한 사람은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일반 독자 역시 백서 또는 흑서 읽기를 권한다. 자신의 성향에 반하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입장을 받아들여 사고의 폭을 넓히면 더욱 바람직하다. 생각이 유연해지면 확증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