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일 지방지 세미나 참석차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를 찾았다.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일관계를 양국 지방지 시선으로 평가해보자는 세미나 주제가 신선했고, 2011년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지진해일 피해 현장을 둘러볼 기회는 덤이었다.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는 사망 1만9천691명, 실종 2천568명, 최대 25조엔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사실상 일본 국토 20%를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탄식했다.
대재앙 4년 뒤 찾은 미야기현과 센다이시는 제방을 복구하는 토목공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만큼 피해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쓰나미에 휩쓸린 한 학교의 벽시계는 악몽의 순간을 박제한 듯 사고 시간에 멈추었고, 사망자 대부분이 익사였다는 인솔자의 설명엔 30m가 넘는 쓰나미의 공포가 담겨있었다.
생존자들의 고통도 심각했다. 동북지방 유력지인 카오쿠신포(河北新報)의 스즈키 모토오 편집국장은 동북지역 연안에서 생산한 수산물의 국제판로가 막혀 주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센다이시 주산물인 멍게는 한국의 수입제한 조치로 양식업계의 타격이 크다고 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세계 각국이 일제히 일본 수산물 검역을 강화하거나 수입금지 조치를 했다. 쓰나미에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된 탓이다. 후쿠시마 원전붕괴는 체르노빌과 맞먹는 최고 레벨의 원전참사다. 사태 초기 주민 40만명이 피난했고, 지금도 4만6천명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원전난민 신세다. 아베 전 총리는 방사능 오염지역 농산물을 직접 시식하는 퍼포먼스로 방사능 안전을 강조했지만 일본 국민들도 믿지 않았다.
그런 일본 정부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곧 태평양에 방류한다고 밝혀 국내외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삼중수소 등 최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방사능폐기물을 바다에 버린다는 발상에 미야기현 지사가 반발하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제소송 불사 의지를 밝혔다. 해양방류가 현실이 되면 한·일 양국은 물론 전 세계 수산업과 해양생태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동일본 대지진 때 세계는 일본에 구호와 복구의 손길을 내밀었다.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을 수 있는 건가. 지겹고 두려운 일본의 두 얼굴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