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몰래 부착하고, 10차례 넘게 따라다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30대 스토킹범에게 벌금 '10만원'을 부과했다. 최근 잇따른 스토킹 범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이 '벌금 10만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A(31)씨는 올해 3월 중순께 인천 미추홀구의 한 주차장에 주차된 전 여자친구 B씨의 승용차 뒷바퀴에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B씨의 동의는 없었다. 이후 A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약 한 달 동안이나 B씨의 승용차 위치를 파악해 따라다녔다.
A씨는 며칠 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각 연수구에 있는 B씨의 자택 지하주차장에 숨어 B씨를 기다렸다. B씨에게 다시 만나 달라고 요구하고, 몰래 지켜보고, 따라다니고, 숨어서 기다린 것만 11차례였다.
스토킹을 지속하던 A씨는 결국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 위반, 경범죄처벌법,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법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또 법원은 A씨에게 보호관찰과 함께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법원이 A씨에 대해 비교적 무거운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가볍다고 여겨질 수 있는 벌금 10만원을 함께 선고한 이유는 뭘까. A씨가 B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몰래 설치한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 위반과 재물손괴는 법률상 징역형을 내릴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타인을 괴롭힌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으로 벌금 10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큰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B씨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은 "이 사건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 위반은 단순히 위치정보를 수집한 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범죄의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위치추적기 설치를 더 엄중한 범죄로 다뤘다. 스토킹으로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보다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죄가 더 무거운 것은 단순히 법률상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최근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 앞에서 사제 폭탄을 터트려 다친 사건이 화제가 됐다. 스토킹 피해 여성과 그 가족에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에 대한 스토킹으로 경찰로부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권력의 개입이 있었지만, 추가 범행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