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천재시인의 작품이라기보다
함께 만든 명작으로 보는게 '온당'
뿐만 아니라 그의 시편들을
대중화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국어교과서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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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
글을 업으로 삼은 글쟁이들의 단 하나의 바람은 바로 불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은 후세에 걸작을 남긴 작가로 기억되고, 작품을 통해서 그 이름이 세세생생 유전(遺傳)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나이가 들면 이마저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또 불멸의 작품은 쓰고 싶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끝없는 절차탁마의 노력을 지성으로 할 뿐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김소월(1902~1934)의 절창 '진달래꽃'은 국민적 애송시로 그런 불멸성을 얻은 작품의 하나다. 그 불멸성으로 인해 동명의 시가 수록된 시집 '진달래꽃'은 2011년 문학작품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의 등록문화재가 됐다. 현재 초판본 2종 4점이 모두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시도 유명하고, 시집도 유명한 '진달래꽃'은 1925년 매문사에서 출판되었으며 현재까지 초판본 2종 4권이 남아있다. 한성도서주식회사 총판본 2권과 중앙서림 총판본 2종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초판본이 2종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초판본이 있다는 연구도 있어 앞으로 면밀한 서지학적 고찰이 좀 더 진행돼야 할 것 같다.

'진달래꽃'에는 모두 12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으며, 1925년 매문사에서 출판된 4권의 초판본을 포함해서 소월의 스승 김억이 펴낸 '소월시초'(1939 초판, 1946년 재판)와 숭문사본 '진달래꽃'(1950, 1954, 1957)이 고서로 분류된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숭문사본 '진달래꽃'은 어지간한 고서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책이었으나 지금은 그 숭문사본도 찾기 힘든 귀한 몸이 됐다. 예전에는 숭문사본은 비교적 흔해서 자꾸 후순위로 미루어두다가 몇 해 전 1957년 재판본을 겨우 지각(遲刻) 소장하게 됐다.

'진달래꽃'은 김소월을 불멸의 전통시인, 민요시인으로 만들어준 절창인데 비상식적 이별의 태도를 보여주는 여성적 화자의 이별의 정한(情恨)과 체념이 지금까지도 읽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강렬한 주술성을 뿜어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시집 '진달래꽃'도 온통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절절한데, 전통장례의식인 고복(皐復)의 절차를 보여주는 '초혼'이나 망자의 무덤가에서 봄맞이를 하는 '금잔디', 자연의 순환과 고독 그리고 영원히 합일할 수 없는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보여주는 '산유화' 등의 시편들로 인해 이 시집이 무속과 같은 샤머니즘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매우 그럴 듯하다.

어쩌면 '진달래꽃'은 김소월이란 한 천재시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함께 만든 명작이라고 보는 편이 온당하다. 먼저 '진달래꽃'의 가치를 알아보고 다듬어준 소월의 스승 김억을 비롯해서 조부의 광산에서 일할 때 우연히 만난 떠돌이 삼패기생 채란과 그녀가 그에게 들려준 민요들, 그리고 당대에 유행하던 서도 민요의 가락이 모두 이 안에 녹아들어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으니 이들 모두가 '진달래꽃'의 행간에 숨어있는 작가들이다.

뿐만 아니라 김소월과 그의 시편들을 대중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어교과서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미 군정기인 1946~1947년에 나온 국어교과서에 '엄마야 누나야'와 '초혼'이 수록됐고, 1963년 제2차 교육과정 국정교과서에도 '금잔디'와 '진달래꽃'이 나란히 실림으로써 소월의 시편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한국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고, 또 국어교육을 통해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게 됨으로써 '진달래꽃'의 신화가 완벽하게 구축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 국민적 애송시집이 마침내 국가문화재가 됐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지혜샘도서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