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하루밖에 못 사는 꽃을 피우지만, 원추리는 높다란 꽃대 위에 예니레쯤 꽃을 매달 줄 안다.
예닐곱 개의 봉오리들을 하루씩 차례로 피우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 꽃이 하루살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윤효(1956~)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인간에게 하루는 오늘이라는 삶을 연장시킬 수 있는 시간적인 길이다. 영속되는 수많은 하루 중에서 일부를 살다가는 우리는, 그 속에서 저마다 가치 있는 그러한 유의미한 꽃을 피우길 바란다. 이것은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며 세계와의 상호적 의미화 작용에서 발화하는데, 이러한 유의미한 꽃의 개화시기는 사실상 정해져 있지 않다. 요컨대 누군가는 단 하루 만에 완성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생을 다 할 때까지도 완성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과적인 차원에서 백년을 살더라도 그것을 달성하지 못한 자는 하루를 살다간 자보다 못할 수도 있는 것. 7월경 꽃을 피우는 원추리는 잎 사이에서 길게 나온 꽃대 끝에 6~8송이가 피어나지만 하루가 지나면 시들어버린다. '비록 하루밖에 못 사는 꽃을 피우지만' 원추리에게는 하루가 전체이고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이번 생과 다음 생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다한 셈이 되는 것. 숱한 날을 하루같이 살고 있는 당신의 오늘은 '하루만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원추리같이 인생이란 '높다란 꽃대 위에 예니레쯤 꽃을 매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