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원 공익신고자를 다룬 경인일보의 지면들. /경인일보DB

나노기술원 입주업체 관리비 '과다'
개선요구 묵살되자 과기부에 알려
현장조사 거쳐 정산원칙 마련됐지만
의인은 보직해제에 검찰고발 당해
극단적 선택 시도할만큼 고통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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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학교에서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일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행동하나요? 모른 척 눈을 감나요, 아니면 잘못된 일을 짚고 바로 잡는데 앞장서나요.

우리가 배운 '도덕'의 관점에선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닥치면 선뜻 선택을 주저할 수 있습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이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부당한 일을 선뜻 밖으로 끄집어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힘이 센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도왔을 때 나도 역시 그 친구처럼 괴롭힘을 당할까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공익신고자'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형 비리 사건은 물론이고, 경인일보를 비롯해 여타 수많은 언론이 고발하는 사회의 크고 작은 부조리는 대부분 공익신고자에서 출발합니다. 이들은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어 가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익신고를 한 후 그들의 삶은 고단합니다. 경인일보가 10월22일자로 단독 보도한 '보호 못 받은 나노기술원 공익신고자, 극단 선택 시도'를 보면 공익신고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한국나노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입주업체에 관리비를 과다 부과했다는 사실을 공익신고자 A씨가 폭로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새롭게 부서장을 맡은 A씨는 제대로 된 실비 정산 없이 관리비를 과다부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 내부적으로 개선을 요구했지만 묵살되자, 경기도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 공익제보했습니다.

매월 실비정산 원칙을 어기고 관리비를 과다 징수하면서 기술원에 입점한 약 26개 업체가 피해 보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만 없었기 때문입니다.

A씨의 용기있는 제보로 과기부는 현장조사에 돌입했고 경인일보 보도까지 이어져 새로운 정산원칙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이때부터 A씨의 삶은 괴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보직해제, 전공과 전혀 무관한 부서에 발령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원과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직원에게 폭행,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거짓 민원을 근거로 감사를 받았습니다. 또 기술원이 허위로 작성한 감사보고서로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현재는 검찰고발까지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A씨는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가 견뎌야 했을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는 지인들에게 "지난 4월 기술원과 어용 노조가 연계해 (본인)직무정지 시킨 후 한 건, 두 건 문제 제기할 때마다 조여 오는듯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이후 먼지 털듯이 하더니 이젠 검찰 고소를 했다. '피의자'가 되니 고통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해도 관심을 가져 주질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모두 함께 토론해 봅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