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중독유병률 4.4%→5.8%
친구·선배 돈 빌려 담보 잡히기도
극단적 선택등 '사회적 문제' 확대
"연령 낮아져… 예방·치료 강화해야"
고등학교 3학년 박성민(가명·19)군은 중1 때 "만원으로 7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선배의 말에 속아 온라인 도박에 손을 댔다. 호기심에 시작한 1만원 도박이 실제로 30~40배가 넘는 돈을 벌게 되자 박군은 금세 도박에 빠졌다. 박군은 도박으로 번 돈을 모두 베팅하기 시작했고, 1번 베팅에 50만원, 500만원으로 점점 불어났다.
그는 "그렇게 5년이 지나니 5천만~6천만원을 도박에 썼다"며 "학원비, 소지품 등을 팔아 도박비를 댔다"고 토로했다. 도저히 홀로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박군은 현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박문제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청소년 도박 문제가 비단 일부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다.
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에 따르면 경기도내 청소년의 도박중독유병률은 2015년 4.4%에서 2018년 5.8%로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도내 성인의 도박중독유병률이 7.9%에서 6.5%로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된다.
전국 15개 센터를 둔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청소년 수도 2015년 전국 기준 168명에서 2018년 1천27명으로 급증했고, 도내에서도 같은 기간 6명에서 65명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청소년 도박은 도박 중독뿐 아니라 불법대출, 학교폭력, 자살 등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면서 양상이 복잡하고 심각하다.
특히 청소년 도박은 학교내 교우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쉽게 빠지지만 빠져나오기는 매우 어렵다.
고1 때 도박을 시작한 이명호(가명·20)군은 잃은 돈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베팅액을 늘리다 돈이 부족하면 친구나 선배에게 돈을 빌렸다. 빌려주는 친구가 부르는 대로 이자를 주는 '불법대출'인데 심지어 시중은행이 대출담보를 잡듯, 명품이나 부모 휴대전화번호가 담보로 잡힌다.
그는 "돈을 빌려주는 선배나 친구도, 대부분 도박하는 친구다. 당시 전교생 250여명 중 80명이 도박을 했는데 시작하면 90%는 중독됐다"며 "중간에 끊으려고도 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 자연스레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왜 너만 빠지느냐, 이런 식으로 말해 뿌리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노는 친구들, 이른바 일진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빌려서 안 갚으면 학교폭력 피해가 올 수 있어 경찰에 신고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도 "청소년도박은 온·오프라인 상에서의 학교폭력, 결국 자살까지 시도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최대 9천만원의 빚을 진 청소년도 있었다"며 "점점 도박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학부모는 물론 사회적 개입으로 예방과 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