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미디어·유튜브·블로그 등
독감백신 위험성 자극 '클릭 장사'
무한 가짜정보 공급기술까지 등장
오도된 여론에 감염되지 않기위해
'건강한 상식'이란 마스크 써야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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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코로나19로 민감한 때 불안감을 더해 주는 기사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자가 매일 몇 명에 달한다는 기사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부모님이 독감백신 접종을 하셔야 하는지, 어린 자녀들에게 안전할까 걱정하지 않는 국민이 없을 것이다. 기사를 볼 때마다 궁금한 것이 있었지만 기사들은 내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연일 같은 내용의 기사만 내보내고 있다. 달라진 내용은 지역, 연령의 차이뿐이다. 궁금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감백신을 접종했는지다. 전체 접종자수 대비 사망 신고자수를 알면 각자 나름대로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다. 23일 기준으로 사망 신고자수가 48명에 달했다. 만일 접종자수가 1만명이라면 위험률(사망률)이 0.48%이기 때문에 많이 염려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들을 보면 한결같이 전체 접종자수가 나와있지 않다. 인터넷 검색으로 간신히 찾아보니 23일 기준 예방접종 건수는 1천427만건이다. 그럼 위험률은 0.00034%가 된다. 우연히도 완벽한 품질관리의 기준이 되는 6시그마(100만개 중에 3.4개의 불량률)와 일치한다. 물론 의약품에서 이 수치도 높은 수치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역학검사를 한 사망자 26명 가운데 6명은 사인이 백신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나머지도 백신과 관계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예방접종 피해 조사반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개최하여 역학조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예방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민에게 당부하였다. 아울러 알게 된 정보는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 뒤 7일내 사망 신고된 노인이 1천500명에 달하고 매해 독감으로 3천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올해 독감백신이 다른 해와 다르게 위험하지 않으며 독감 사망자가 코로나19 사망자 457명보다 많다는 것이다. 물론 위험률에 대해 사람마다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다. 그 사망자 한 명이 나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우리는 매해 교통사고 사망자 3천~4천명,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1.6명, 산업재해 사망자 1천명에 달하여 OECD 평균보다 2배 정도 높은 최상위 위험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에 비하면 독감백신 위험률은 새발의 피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독감백신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을 시키고 있다. 둘 중에 하나이다. 과학적 사고력이 결여되어 있거나, 의도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거나다. 그런데 이런 불안 장사를 본업으로 하는 집단은 따로 있었다. 인터넷상의 수많은 미디어, 유튜브, 블로그, 댓글 등이 대중을 자극하는 클릭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언론이 중심을 잃고 이 판에 끼어들고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이슈를 검증해줘야 하는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더 걱정스럽다. 무한의 가짜 정보를 공급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연구소 'Open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작문 프로그램 GPT-3는 사람과 같은 수준의 작문(아직 영문), 대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GPT-3 봇은 3천만명이 사용하는 인기 채팅 사이트 'AskReddit'에서 1주일 동안 1분에 한 번씩 댓글을 달았지만 아무도 사람이 아닌 봇이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자살을 주제로 한 한 댓글에는 "자기를 지지해 준 부모를 생각하면 자살을 포기하게 된다"는 내용의 글을 써 사람들이 157회 찬성 표시를 하였다. 고객 상담용으로 사용하면 사람이 응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댓글 조작에 사용되면 단순히 퍼나르는 매크로는 저리가라 수준으로 맥락에 맞게 지속적으로 거짓 메시지를 내면서 여론을 오도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과 감시, 끊임없는 경주에서 인간이 지게 될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신뢰하는 언론을 찾게 될 것인데,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이 남아 있을까 걱정이다. 여론이 분열되고 혼란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감염병의 일차적 방어책은 마스크라는 것이 검증되었듯이, 각자 오도된 여론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건강한 상식'이라는 마스크를 써야 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