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수원 영동시장에 '28청춘 청춘몰'이 개장했다. 시장 2층 유휴공간 660㎡에 쇼핑과 지역 문화, 젊은 감각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됐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공모한 '2016 청년몰 조성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국비 7억5천만원, 시비 6억원, 시장 자체 지원금 1억5천만원 등 15억원이 투입됐다.
28개소 점포주들은 19~39세 청년세대로 구성됐다. 넘치는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 명물이 됐다. 입주업체인 '미나리 빵집'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2년 전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점해 화제가 됐다.
비슷한 시기, 수원 남문시장의 '푸드트럭존'은 백종원 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우리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뿐 아니라 다양한 이국의 먹거리를 선보여 젊은이들을 줄 세웠다. 덕분에 전통시장이 젊어지고 활기가 넘쳐난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는 식고, 손님 발길은 뜸해졌다. 한때 15대를 넘어서 차로까지 점령했던 푸드트럭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소상공인들을 주저앉게 한 코로나19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청년몰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국 전통시장 17군데에 설치됐다. '전통시장의 새로운 희망과 활로'라는 시행 초기의 호평은 사라지고 어렵고 힘들다는 한숨만 커지는 양상이다.
의정부 제일시장은 청년몰 사업이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히면서 시장과 상인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 기존 세입자들을 내보내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청년 예비창업자들이 외면하면서 중도 포기를 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사업비로 확보한 국비 10억원과 시비 8억원, 자부담 2억원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정산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청년몰의 몰락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상권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새로울 게 없는 뻔한 업종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와 창업 일자리 창출에 매달려 지원을 남발한 정부와 관련 단체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겨울철은 환경이 열악한 전통시장에 불리하다. 청년몰도 마찬가지다. '젊어 실패는 돈을 주고라도 산다'고 했다. 청년창업주들의 도전정신을 응원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