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변경금지' 징역 7년 파기
비교 형량은 최단기 아닌 중간형
"소년법 취지 훼손" 소수 반대도
생후 7개월 된 딸을 방치해 살해한 어린 부부의 '감형 논란'(10월23일자 4면 보도=7개월 딸 방치 살해 엄마 '감형' 뒤집은 대법)과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존 판례를 바꿔 엄마의 형량을 다소 높일 가능성을 열었다.
국민적 공분을 산 이번 사건에 대한 '법감정'이 70년만에 기존 판례를 바꾼 모양새다. 대법이 공개한 이번 사건의 판결문을 뜯어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확산하는 법감정을 사법부가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눈에 띈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7개월 된 딸을 5일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사체유기 등)로 기소된 부부 중 아내 A(19·여)씨에 대해 2심이 선고한 징역 7년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이 다시 판단하게 했다.
1심 당시 A씨는 미성년자여서 교화 정도에 따라 추후 형량을 판단하는 '부정기형'으로 최장 15년에서 최단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2심 재판이 진행하던 중 A씨가 성인이 돼 형량을 명확히 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2심 재판부는 항소한 피고인이 불이익을 받아선 안 된다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적용해 1심의 최단기형인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의 형량이 절반 이상 깎였다고 본 국민들의 법감정이 이번 사건을 대법 전원합의체에 올린 셈이다.
대법 전원합의체에서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피고인의 상소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상급심에서 하급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일 뿐, 어떠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줘야 한다는 원칙이 아니라는 판단이 대법관 다수의견으로 나왔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앞으로 A씨처럼 미성년자가 상급심에서 성인이 될 때 부정기형과 비교해야 할 형량은 최단기형이 아니라 '중간형'이어야 한다고 판례를 바꿨다. A씨의 경우 1심 선고 형량인 징역 7~15년의 중간인 징역 11년에 해당한다. 사법부가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을 수정한 것은 70년만이라고 한다.
이번 대법 전원합의체의 소수의견도 눈길을 끈다. 이기택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오랜 기간 유지돼 온 대법원의 입장이 현재에도 타당한 법리로 인정받기 위해선 사회구조와 국민 의식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분석·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사건 관련) 대법원 입장은 학계·실무에서 심도 깊은 비판과 재반박의 과정을 거쳐 타당성을 검증받은 바 없다"고 했다.
박정화·김선수 대법관은 "대법원이 70년 가까이 확립한 법리를 후퇴시키고 소년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