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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트족은 청동기시대 독일 라인·엘베·도나우강 유역에 거주했다. BC 6∼BC 4세기 무렵 갈리아·브리타니아에 진출했고, BC 4세기 초 로마를 침공했다. 한때 유럽을 지배했으나 갈리아는 BC 1세기에, 브리타니아는 1세기에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아일랜드·웨일스·브르타뉴 지역에 언어와 풍습이 남아 있다. 로마인은 갈리아인이라 부른다.

이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1일을 '만성절'이라 부르며 새해 첫날로 삼았다. 내세를 믿어 전날인 10월31일에 죽음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고 생각해 망자(亡者)들의 혼을 달래는 축제를 열었다. 죽음의 세계에서 온 악령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걱정에 악령(惡靈)처럼 분장하고 축제에 참여했다. 미 대륙을 넘어 지구촌 전역으로 번진 핼러윈데이의 유래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시작됐다. 영어학원 외국인 강사가 급증하면서 학원가를 중심으로 이벤트가 열렸다. 핼러윈 파티를 열면서 영어를 가르치고, 학생들도 유치하자는 상술이 더해졌다. 이후 2010년대 클럽문화가 확산하면서 열풍이 불었다.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지 클럽들이 경쟁적으로 핼러윈 파티를 열었다. 젊은이들은 악당과 마귀, 영화 캐릭터 분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다 클럽으로 몰렸다. 유명 연예인들이 핼러윈 파티 장면을 SNS에 공유하면서 유행이 됐다. 2018년 한 남성이 강남의 클럽에서 5만원권 다발 1억여원을 뿌리는 소동이 있었다.

서울 소재 대형 클럽들이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젊은 층이 클럽 등 밀폐시설에 밀집하는 핼러윈데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크다며 모임을 자제할 것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집합금지 행정명령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정부·지자체의 압력이 통한 듯하다.

방역당국은 일단 클럽 발 집단감염 우려가 확 줄어들게 됐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불안요소가 여전하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중소 규모의 술집과 거리에서 즐기는 '코스튬 플레이'가 주의 대상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귀신도 몸을 숨겨야 하는 신세가 됐다. 청년 세대는 아쉽겠지만 올해는 일탈의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나보다 우리, 개인보다 공동체 우선이 슬기로운 바이러스 퇴치법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