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통령배 이후 첫 전국1위
청룡기·사자기 등 1950년대 평정
현역구단 곳곳 '명품' 선배 줄포진
장규현·강현구 프로진출 활약 기대
인천의 고교 야구 명문인 인천고등학교가 팀 창단 이래 첫 봉황대기를 품에 안았다. 계기범 감독이 이끄는 인천고는 지난 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48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서울고등학교를 3-2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경인일보 11월2일 인터넷 보도=인천고, 봉황대기 결승에서 서울고 물리치고 첫 우승)
이로써 인천고는 봉황대기에서 1979년과 1996년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인천고가 전국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의 주전 포수 이재원이 뛰던 2004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16년 만이다.
선발과 마무리로 두 차례 등판한 투수 윤태현의 활약이 빛났다.
인천고는 3-2로 쫓기던 9회 말 1사 1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는데, 우익수로 이동했다가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윤태현이 병살타로 서울고 타선을 틀어막으며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6과3분의2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며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인천고는 이날 잊지 못할 겹경사를 맞았다. 인천고가 봉황대기 우승을 확정한 뒤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2020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다름 아닌 인천고 출신 LG 신민재가 연장 13회 말 끝내기 안타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의 주역이 됐다.
1905년 창단한 인천고 야구부는 50년대 전국 고교 야구를 평정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고, 프로야구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선수들도 다수 배출했다.
인천고는 청룡기(1953, 54년), 황금사자기(1954, 89년), 대통령배(2004년), 한국야구 100주년 기념 최우수 고교 야구대회(2005년) 등 주요 대회를 석권하며 전국 고교 야구 제일의 명성을 얻었다. 전국체육대회에서도 다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봉황대기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인천고 출신 선수로는 임호균(삼미, 롯데, 청보·태평양), 김동기(청보·태평양, 현대), 김경기(태평양·현대, SK), 장원진(OB, 두산), 김홍집(태평양·현대, 한화), 최상덕(태평양, 해태·기아, LG, SK, 한화), 정경배(삼성, SK), 박진만(현대, 삼성, SK), 김수경(현대, 넥센, 고양 원더스)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역 중에는 SK 와이번스 이재원을 빼놓을 수 없다. SK는 인천의 또 다른 고교 야구 명문인 동산고등학교에서 에이스이자 4번 타자로 활약하던 당시 3학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대신 인천고 포수 이재원을 뽑았고, 그는 현재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했다.
인천고는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결승타를 친 4번 타자 겸 포수 장규현은 한화 이글스에 2차 4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팀의 주장인 외야수 강현구는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에서 두산 베어스의 선택을 받기도 했다.
모교에 봉황대기 첫 우승을 안긴 이들의 프로 무대 활약에 인천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