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개발·재건축 규제 여파
공급 부족으로 아파트값 '상승세'
'임대' 사업성 없어 그린벨트 풀고
공공주택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그럼 현 정부에 저금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그건 아니다. 저금리는 세계적인 현상이므로 일부 예외는 있지만 다른 나라도 집값이 올랐다. 글로벌프라퍼티가이드라는 곳에 가면 세계 주요 도시 집값 상승률을 볼 수 있는데 뉴욕, 도쿄, 베이징,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서울보다 상승률이 높은 도시가 부지기수다. 물론 여기에 인용된 서울 집값 상승률은 꽤 보수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저금리가 집값을 올린다고 금리를 올려 부동산을 잡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있는데 팬데믹까지 겹친 상태에서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저금리 다음으로 영향을 미친 변수는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다. 집값은 전국적으로 고르게 오르지 않고 서울을 중심으로 급등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는 이유는 주택의 총량이 아니라 좋은 곳의 좋은 집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했다. 박 시장의 재임 기간과 지자체의 권한을 고려하면 현 정부에 책임을 묻기 힘들다. 박 시장은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재건축이 만약 허가돼서 이뤄지면 과거에 있었던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답변했다.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대한 투기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본 것이다.
서울은 빈 땅이 거의 없어서 도심 주택 공급은 재개발·재건축밖에 답이 없는데 규제를 했다. 그 결과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입주 물량이 올해 4만8천758호에서 내년 2만6천940호로 줄어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같은 동네의 새 아파트는 헌 아파트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데 재개발 아파트가 주변 시세를 끌어 올린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주변 시세가 높아서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제대로 본 인과관계다. 투기적 수요가 있겠지만 투기는 재개발·재건축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재개발·재건축과 무관한 아파트 수가 훨씬 많다. 공급이 늘면 투기 수요도 준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 시기에 샌프란시스코처럼 규제가 심한 지역 집값은 급등했지만 끝없이 평야가 펼쳐져 있고 규제가 없는 휴스턴은 집값이 별로 안 올랐다.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호 정책의 영향을 보더라도 집값과 공급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대책을 보자. 금리를 올릴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방안은 대출 규제인데 이미 다양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신도시를 조성하면 수도권 집값은 안정시킬 여지가 있지만 공급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강남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 강남 집값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그래도 오르면 그냥 놔두면 된다. 특정 지역의 고가아파트 가격 하락은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 서민 주거 안정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다. 임대아파트 공급은 사업성이 없으므로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허동훈 인천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