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중요한 기상자료 빠르게 얻어
대성동마을 주민생활 효율적 활용
호우같은 위험상태 감시 대응 용이
조밀관측망 구축 군부대 협조 필요
고품질자료 확보 장비 통합관리해야


박광석 기상청장(사진)
박광석 기상청장
우리나라의 분단을 나타내는 동시에 교류와 협력, 화합의 장소를 상징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판문점'이다. 약 20년 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장소이며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뉴스에서 접하는 장소로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다.

이는 기상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비무장지대는 기상관측장비의 설치가 다른 곳보다 어렵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기상관측 공백지역으로 남았다. 따라서 판문점을 비롯한 비무장지대는 안보에 매우 중요함에도 예보는 물론 특보나 정보마저도 정확한 자료 없이 수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기상관측 공백을 해소하고 기상재해 및 위험기상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판문점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상청은 JSA 경비대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최초로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 인근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게 됐다. 이는 군사분계선(MDL)에 가장 근접한 기상관측장비이며 상징성 또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판문점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여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군부대에서 국가 안보에 중요한 판문점 일대의 현재 기상관측자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가 설치되기 전에는 관측장비를 들고 관측지점으로 이동해야 하는 등 기상관측자료를 확보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으나, 이제는 판문점 일대의 빠르고 정확한 기상관측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로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민간 마을인 대성동 마을의 주민생활과 농업활동 등에 활용할 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주민들의 효율적인 농업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지역민들은 소초에 설치된 기상실황판에서 날씨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편하고 효율적으로 농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로 판문점 견학 시, 판문점AWS에서 관측한 현재 날씨를 볼 수 있는 기상실황판이 안보견학관 내에 설치되어 있어 판문점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날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상실황판에는 섭씨(℃)온도 뿐만 아니라 화씨(℉)온도도 동시에 표출되며, 한글과 함께 영문도 병행 표기된다. 이를 통해 판문점에서 안보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미군 등 유엔사를 비롯하여 판문점을 방문하는 내·외국인 모두 판문점의 현재 날씨를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위험기상 감시를 강화하고 수치모델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북서쪽 혹은 북쪽에서부터 남진하는 호우와 같은 위험기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북쪽에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하여 감시하는 것이 다가올 위험기상 대응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문점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는 위험기상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현재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기상관측장비는 평균 13㎞ 정도의 이격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기상 예·특보를 위해서는 이격거리 평균 약 5㎞ 정도로 조밀한 관측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청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군부대와 지자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판문점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는 군부대와의 협력에서 한 획을 그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청 장비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상관측장비를 기상청에서 통합관리하는 방법으로 확보하고자 추진 중이다. 지자체에서도 방재업무에 필요한 기상관측장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기상청에서도 해당 관측자료를 공동활용 중이나, 더욱 고품질의 기상관측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에서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기상청은 정확한 기상 예·특보를 위해서 군을 비롯한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최적 관측망의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