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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중후반부터 50 후반 연령대는 대입학력고사 세대로 불린다. 본고사가 폐지되고 학력고사와 내신 점수가 당락을 결정지었다. 1982년 도입돼 1993년까지 이어졌다. 1994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바뀌어 현재에 이른다. 대입 전형이 다양해져 중요도는 예전만 못하다.

첫해 학력고사는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했다. 수학은 본고사 수준의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됐다. 수학 시험이 끝나자 교실 안은 절망적 분위기에 한숨 소리로 가득했다. 어떤 학생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해 각 대학의 합격선은 낮아졌고,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마다 미달 사태가 속출했다. 선배들은 82학번 새내기들을 '똥파리'라 부르며 놀렸다. 캠퍼스 곳곳에서 유별나게 많이 띈다는 것이다. 졸업정원제가 도입되면서 전년보다 정원이 20%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음 달 3일 실시하는 2021학년도 대입 수능은 예년과 다른 환경에서 치러진다. 코로나 19 여파다. 시험장에는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가림막이 설치된다. 반투명성 아크릴 재질로 제작됐다고 한다. 책상 왼쪽과 오른쪽에는 설치되지 않고 앞에만 놓인다. 가로 60㎝, 세로 45㎝ 크기의 상판 밑부분에는 너비 40㎝의 직사각형 홈을 내서 문제지 일부를 책상 밖으로 내놓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수능 수험생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가림막이 놓일 경우 책상 공간이 좁아져 시험을 치르는 데 방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림막을 치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교육부는 수험생 간 앞뒤 간격이 띄워지지 않으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가림막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해 설치 계획을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림막 설치가 긍정적 측면도 있다. 부정행위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 교육부도 부정행위 방지와 시험 감독을 위해 반투명하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너무 투명하면 시험지가 반사돼 부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불투명하면 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투명으로 했다고 한다.

수능일에 50만 명 가까운 수험생이 전국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난해보다 3주 정도 늦어져 입시 한파가 우려되지만, 코로나 걱정이 더 크다. 가림막이 설치된 초유의 수능이지만 집단감염 없이 끝난다면 K-방역의 한 장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