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 관심… 육아 지원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이다. 이로써 1953년에 만들어진 형법에 의해 낙태를 한 여성(자기낙태죄)과 이를 도와준 의사(동의낙태죄)를 모두 처벌하겠다는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남으로써 이 법의 효력이 끝나는 날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낙태는 단순히 형법에 의한 처벌의 차원을 떠나, 태아도 존엄한 생명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도 원치 않는 임신이나 사정에 의해 낙태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으로 국가적,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이지만, 양 권리들 간에 이익과 정당성을 가리고 시대적 가치를 따져 보기로 하자.
첫째, 우선 어떠한 이유일 때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크게 해치거나 강간,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등 아주 특별한 상황에만 임신중절이 합법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현실은 사회 경제적 이유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서' 임신을 중단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국가가 성교육과 상담을 강화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며, 경제적 자립능력이 부족한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을 더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연 낙태죄 처벌 조항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낙태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태아의 생명과 본인의 건강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이 법적 처벌이 우려되어 낙태를 단념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 규정 때문에 신체적, 심적 고통에 더해 죄의식까지 느끼게 되고, 처벌이 두려워 안전한 임신중절 수술을 통하지 않고 음성적 불법시술이 조장되는 부작용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과연 낙태죄는 여성만이 짊어질 부담인가의 문제이다. 임신은 여자 혼자 한 것이 아닌데, 왜 낙태에 대한 고민과 처벌에 대한 부담은 여성만의 몫인가. 국가가 낙태죄를 처벌한다면 낙태의 결정에 방관하거나 혹은 동의한 남성들도 처벌해야 한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익적 문제이고, 무분별한 낙태의 허용은 악용 사례나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태아의 생명에서 더 나아가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에도 관심을 갖고, 단순히 처벌로 금지만 할 것이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과 여성으로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 희생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보호라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때이다.
/평택여중 진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