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경성복심법원 재판중 발언
이태룡 독립운동사연구소장 공개
신문기사보다 '객관적 사료' 의의
인천 송도고등학교의 설립자가 친일파 윤치호가 아닌 미국인 선교사(10월 5일자 1면 보도="송도고 설립자, 윤치호(친일)가 아닌 미국인 목사 왓슨")라고 주장한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독립운동사연구소가 8일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추가 사료를 공개했다.
이태룡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이날 경인일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윤치호는 1911년 11월 26일 경성복심법원 공개 법정에서 105인 사건 관련 재판을 받으면서 "한영서원(송도고의 전신)은 기독교 감리회가 설립한 학교"라고 말했다.
송도고는 1906년 10월 3일 개성 송악산 기슭 산지현에서 개원한 한영서원을 114년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송도고의 학교법인인 송도학원이 펴낸 '송도학원 100년사'는 한영서원이 윤치호에 의해 설립됐다고 기록했다.
송도고 출신의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던 이태룡 소장은 최근 1930년대 개성 지역신문 '고려시보' 기사를 통해 학교 설립자가 미국인 선교사 왓슨(W.A.Wasson)이라고 밝혀낸 데 이어 신문기사 보다 객관적 증거라 할 수 있는 1차 사료를 찾아 이날 공개했다.
국사편찬위원회 한민족독립운동사료집에 실린 경성복심법원의 '105인 사건 공판 시말서'를 보면 당시 재판장은 사건을 주도한 윤치호에게 한영학원 교장 경력을 물었다.
윤치호는 한영서원은 어떤 학교인가라는 질문에 "기독교 감리회에서 설립한 학교로서 본인은 남감리교를 믿고, 상해에서 25~6세 경에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었으므로 그 서원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답했다.
재판장이 "그 서원은 피고(윤치호)가 맡아 보조하여 유지하고 있었는가"라고 재차 묻자 윤치호는 "그렇지 않고 교회 측에서 출자하여 주었다"고 했다. 윤치호 개인이 학교를 설립한 것이 아니라 교장으로서 운영만 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다.
이밖에 1916년 민족 정신이 담긴 가사로 된 창가를 가르치고, 이를 책으로 엮어 배포한 혐의로 체포된 한영서원 교직원 신영순 등에 대한 일제 보고서에도 "한영서원은 미국 남감리회 전도본부가 설립했다"고 나와 있다.
이태룡 소장은 "설립자와 관련해 (친일파) 누명을 벗었다는 반응과 함께 신문기사(고려시보)를 어떻게 믿느냐는 반응도 있어 당시 일제 기밀문서와 판결문, 윤치호 신문자료 등을 추가로 공개하게 됐다"며 "앞으로 송도고 출신 독립운동가를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