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1237건·지인 경험 1663건
성희롱·용모비하 발언 '생채기'
수평적으로 개선 예방교육 강화

인천 미추홀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인권실태조사에서 언어폭력과 갑질, 차별 등 다양한 사례가 드러났다.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직사회 내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미추홀구는 최근 소속 공무원들과 공무직·기간제 직원, 산하기관 임직원 등 1천800여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직위직급, 상사의 괴롭힘, 성별 등으로 자신이 직접 인권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이하 복수응답 포함)한 경우는 총 1천237건에 달했다.

지인이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1천663건으로 더 많았다.

"야 이 XX야", 혹은 "때려치우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큰소리로 인격모독성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의 언어폭력을 비롯해 "일을 가르쳐주겠다"는 명목으로 자기의 일을 떠넘기거나 "윗사람에게 잘 보이라"는 취지의 암묵적 발언을 듣는 등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이 많았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앞으로 생활하기 힘들 것"이라는 등의 임신출산 관련 인권침해와 성희롱성 발언, 용모 비하 발언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런 인권침해 행위를 경험할 때에 어떤 조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가족, 친구 등과 상의한다'는 응답이 4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380건으로 뒤를 이었다.

당사자에게 직접 시정을 요구했다는 답변은 224건,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경우는 100건이었다. 인권침해를 당한 대부분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대응하지 않는 셈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인사상 불이익과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추홀구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침해 예방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직장 내 인권침해나 갑질 등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조사였다"고 했다. 이어 "상하관계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은 상황으로 파악된다"며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수평적인 직장문화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