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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선한 의지와 그에 부합하는 제도를 둘 다 중시했다. 의지가 선해도 그것을 제도화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반대로 형식적 제도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담고 있는 내용이 좋지 않으면 그 제도는 오히려 좋지 않은 내용을 증폭시킨다고 보았다. 그런 취지를 이야기하면서 예로 든 인물이 이루와 사광이다. 이루는 눈이 밝은 사람이었고 사광은 귀가 밝은 사람이었다. 이루가 아무리 눈이 밝아도 규구(規矩)라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확한 네모나 둥근 원을 그릴 수 없다고 하였다. 사광처럼 귀가 밝은 사람도 율려(律呂)를 사용하지 않으면 궁상각치우의 오음(五音)을 바로 잡을 수 없다고 하였다. 사광은 악사 광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심취하여 열심히 하였으나 깨우칠 수가 없어 이렇게 한탄하였다. "내가 아직 음악에 통달하지 못한 것은 잡다한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통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눈을 멀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음악에만 전념하였다. 그런 노력 끝에 얼마 안 있어 음악을 통해 차고 비는 천도의 이치를 살필 수 있게 되었고, 생겨나고 없어지는 음양의 이치를 통했다. 하늘의 일이건 인간사이건 모두 밝게 되어 점을 한 번 치게 되면 추호도 오차가 없었다. 바람의 움직임과 새의 울음소리로 점을 쳐서 그 길흉을 마치 손금 읽어 내듯이 알아냈다. 태사(太師)로 임명되어 음악을 관장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평소에도 평공이 사광을 매우 신임 했던 관계로 평공이 전투에 나가면 반드시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초나라와의 전투 직전 상황에서 음악을 듣고 초나라가 3일 만에 물러갈 것임을 예측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맹자는 이런 사광조차도 12율려의 법도를 사용하지 않으면 5음을 바르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선한 의지나 실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말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