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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어제 공개된 여론조사(한길리서치· 쿠키뉴스)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지지도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발표된 여론조사(리얼미터·오마이뉴스)에서 3위로 치솟은지 10일도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독점하던 차기 대권 판세가 무너진 것이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검사였고, 브라질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한 세르지오 모루는 판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였고 이회창, 이인제 등도 법조 출신 대통령 후보였다. 하지만 모두 법조 출신일 뿐 정치인으로 전향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 행정적 이력을 쌓았다. 윤 총장처럼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건 유례가 드문 현상이다.

대검찰청 국정감사 직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을 향한 적개심은 노골적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아예 총대를 메고 윤 총장 찍어내기에 전념했다. 검찰인사, 수사권지휘, 총장 측근과 가족수사 지시, 감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고 급기야 특활비 까지 털었다. 하지만 윤 총장에게 날린 부메랑은 번번이 여권으로 선회한다.

추 장관과 민주당의 협공은 집요하지만 명분은 빈약하다. 적폐사정의 영웅 윤석열을 반정부 정치검사로 일구이언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을 비난할 수 없자, '정치하려면 옷 벗고 하라'고 합창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마법처럼 대권후보 1위에 올랐다. 동화 같은 반전이다. 대안이 없던 정권 반대여론에겐, 정권의 집단적 핍박에 시달리는 윤 총장이 신데렐라로 보인 듯싶다. 사주풀이 검사 진혜원이 '나이트(클럽)'라고 조롱하며 비웃은 '대검'이 정치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3위 여론조사에 대해 "검찰이 당연히 해야 할 검찰 직무와 관련돼 국민에게서 특별한 기대를 받는다는 게 사실은 슬프면서도 웃긴 일"이라고 말했다. 탁월한 식견이다. 윤 총장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묵인했다면, 다수의 '마속'을 잃을지언정 정권은 명예의 전당에 올랐을지 모르고, 윤석열은 그저 '칼'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칼이 때리면 때릴수록 단단해지면서 생물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정말 무서운 생물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