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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당 구매량이 58만 건까지 치솟았다. 개장 30분 만에 매출 62조를 기록했다'.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光군節) 열기를 매 순간 숨 가쁘게 전한 인터넷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2009년 시작된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중국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가 개최한다.

알리바바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티몰, 타오바오 등 자사의 여러 플랫폼에서 총 4천892억 위안(약 83조7천972억원)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42조5천억원을 2배가량 뛰어넘는 사상 최고 실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통계를 산출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겨 지난해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경이로운 수준인 건 부인하지 않는다.

2위 업체인 징둥닷컴도 지난 1~3일 사전행사 때 2천억 위안(약 34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두 회사에서만 110조원을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외신은 "코로나로 억눌렸던 중국 소비자의 보복소비 심리가 광군제 거래액 신기록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린다. 국내 유명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참여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하겠다며 행사 직·간접비로 48억여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오프라인 우수 중소기업 상품 판매전'이 열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 1층 대행사장은 방문객이 적어 썰렁하다. 상인들은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울상이다.

코세페 할인율은 평균 10~20%에 불과하다. 일반 할인행사도 30% 정도는 기본이다. 백화점들은 업체로부터 매출액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가격을 더 낮출 수 없는 구조다. 행사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흥미를 끌 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광군제 기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는 매출을 올렸다. 국내 기업들은 코세페를 패스하려 한다. 올해 광군제는 유력 인사 300여 명이 라이브 방송 판매를 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0만 채가 팔린 아파트는 80만 호가 매물로 나왔다. 참신한 기획 아이디어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켜섰다. 해마다 30~40%씩 성장하는 세계 최대 할인행사가 내년에는 또 어떤 기록을 세울지 궁금해진다. 반면 코세페는 어찌 될지, 존폐가 걱정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