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저녁수당 없고 시급도 '차별'
이케아, 진출 7년째 임협 한번도 안해
이는 우리 노동자 처우·인식 천박탓
매일 5·6명꼴 산재사망 OECD 1위
기업주 견제 법안도 미적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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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국지점은 네 군데 운영되고 있다. 한국지점에서 거두는 이케아의 이익은 국가별 순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지점 노동자들은 해외 이케아 법인과 비교하여 우대받기는커녕 거꾸로 차별받고 있는 형편이다. 가령 해외사업장에서 지급되는 주말특별수당과 오후 6시 이후부터 책정된 별도의 저녁수당이 한국에서만 지급되지 않는다. 세계평균 시급은 15달러(1만7천원)이나 한국에서는 최저시급을 아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다.

단시간 노동자는 회사의 계획에 따라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들쭉날쭉 배치된다. 그러니 주당 노동시간이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에 불과할지라도 이네들은 투잡 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케아는 2014년 한국에 진출한 뒤 단 한 번의 임금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한국문화에 맞춰 개선해 달라는 요구는 세계 기준을 앞세워 무시하고, 세계 기준에 맞춰 달라는 요구는 현지화 논리로 뭉개면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리하여 이케아 노동자는 동종업계와 비교해서도 열악한 처지로 내몰렸다.

이케아 한국지점의 상황을 접하면서 문득 어릴 적 아버지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장남인 나에게 어린 동생들의 실수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가 보다. 이것저것 잔소리를 늘어놓는 내게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집에서 기르는 개도 함부로 괴롭히는 게 아니다. 주인이 발로 차고 소리 지르면 다른 사람들도 아, 저 개는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구나, 생각하고 발로 차고 돌을 던지게 되거든. 반대로 주인이 애지중지하면 남들도 함부로 괴롭히지 못하지. 개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 네가 동생들을 아끼고 보살펴야 남들도 네 동생들한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하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잘 해야 해."

똑같은 이케아 법인인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한국지점의 노동자에서만 차별이 가해지는 것일까. 노동자에 대한 이 땅의 처우와 인식 수준이 그만큼 천박하기 때문이다. 2천20명이라는 작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 땅의 노동자 수는 척박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매일 5, 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스러져 갔다는 것이다.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산업재해사망률 1위에 해당한다. 그런 까닭에 정의당이 촉구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사업주의 의무 태만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무겁게 묻자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골자다. 작업장 내 노동자의 안전 확보를 비용 낭비로 치부하는 사업주의 사고는 그러한 정도의 견제장치라도 있어야만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못할 듯하다. 입법의 열쇠를 쥔 여당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당론 처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한정애 정책위원장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실 민주당 정책위는 그동안 경제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과태료 인상 등의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준비해오고 있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전향적 자세를 내보였으나, 당의 기존 입장과 워낙 달라 향후 내부 논의 과정을 지켜보아야 할 상황이다. 이윤 추구를 보장하기 위하여 생명의 가치가 위협되는 상황을 방치해도 괜찮은 것일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우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수준의 법안 마련도 미적대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노사문제에 관한 한 법을 지키는 것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철도노조에서는 오는 20일부터 준법투쟁을 벌이겠노라 선언한 상태인데, 법을 지키는 것이 투쟁의 방편으로 활용된다면, 그 법은 애초부터 지키면 곤란한 수준에서 만들어졌고 운영되어 왔던 셈이 된다. 정상의 탈을 쓴 비정상의 횡행. 이케아 한국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별은 한국 노사문제의 이러한 지점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홍기돈 가톨릭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