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양분하는 프로야구단이다
올해는 kt 2·SK 9위 아쉬운 마감
지난 9월 완전 재개통한 수인전철
내년엔 그걸 타고 '맞대결' 봤으면

2020년 kt는 팬들에게 큰 희망과 위안이었다. '수원의 자부심', '나의 사랑 수원 kt위즈' 응원가는 팬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수원은 프로야구의 불모지였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 수원에는 야구장이 없었고 당연히 팀도 없었다. 원년 팀 삼미 슈퍼스타즈는 인천, 경기, 강원의 광역연고지였다. 1989년에 수원야구장이 생겼고, 프로야구가 처음 열렸다. 삼미를 인수한 태평양은 수원에서 연간 9~12게임을 개최했다.
2000년 이후 프로야구는 도시연고제로 전환했다. 인천은 신생 SK가 차지하고, 수원은 태평양을 인수한 현대 유니콘스의 본거지가 되었다. 서울 이전을 선언한 현대는 수원을 임시거처로 여겼다. 수원에서 8년간 3번의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었으나,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008년 서울로 가서 히어로즈가 되었다. 다시 수원에서 프로야구가 사라졌다. 2013년 제10구단 kt가 창단됐고, 2년 후 정규리그에 참여했다. kt는 시작부터 수원시민과 함께 했다. 전주와의 치열한 유치경쟁에 수원시민이 동참했다. kt도 야구장 리모델링, 수원지역 야구부 지원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원의 프로야구단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1982년의 6개 팀은 현재 10개 팀이 되었다. 당시 일본의 12개 팀은 지금도 12개로 정체되어 있다. 미국은 26개 구단에서 30개 구단으로 확대되었다. 제10구단 kt는 한국경제의 비약적 성장과 수원시의 변화된 위상을 상징한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분리 이전, 수원은 인구, 경제 규모 등에서 인천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인구 백만이 넘고, 수도권 전철과 광역버스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세계 일류기업인 삼성전자 본사도 수원에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배구팀도 보유하고 있다.
막내 구단 kt는 정상권에 도전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반면에 인천 SK는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우선 에이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전력이 약해졌다. 시즌 도중 감독이 스트레스로 입원을 했고, 연패가 이어져 9위로 추락했다. SK는 지난해 정규시즌 2위, 종합성적 3위(올해의 kt와 성적이 같다)팀이다. 수원과 달리 인천은 전통적인 야구도시(球都)다. 개항기인 1900년대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동산, 인천 등 야구명문고교가 있다. 비록 SK의 올 시즌 성적이 초라했으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시즌 종료와 함께, 사장과 감독을 교체하고 팀을 정비했다. 스토브리그를 거쳐 다시 태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kt가 올해의 여세를 이어 내년에도 잘 해주었으면 한다. 한 두 해 반짝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1년은 선수 및 지도자, 프런트의 진정한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며, 강팀으로 도약하느냐의 분기점이 되는 시즌이 될 것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금년은 어수선하고 우울했다. 야구도 예외일 수 없었다. 무관중 경기였고, 중립구장에서 포스트 시즌이 펼쳐졌다. 경기장에 갈 수는 없지만 kt팬들은 야구를 통해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SK팬들은 야구마저도 속을 상하게 했다.
지난 9월에는 수인전철이 완전 개통되었다. 1995년 수인선 협궤열차가 폐선된 후, 사반세기 만에 수원과 인천이 철도로 다시 연결된 것이다. 이제 구로에서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2021년은 야구장에 더 많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도권의 두 팀, kt와 SK가 코리안시리즈에서 만나면 더욱 좋겠다. 2003년 코리안시리즈에서 수원 연고지의 현대와 인천의 SK가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수인전철이 없었다. 새로 개통한 수인전철을 타고, 진정한 의미의 수인선(水仁線) 시리즈를 보고 싶다.
/이영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