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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리실 검증을 명분으로 김해 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로 밀어붙일 때만 해도, 논란의 주제는 여당의 선거 '포퓰리즘'이었다. 그런데 난데 없이 국민의힘 부산 출신 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발의를 선수치고 나서면서 '야당 무용론'으로 번지더니,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대구·광주신공항 특별법까지 제안하고 나섰다. 오거돈의 성추행으로 인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문지른 '선거 램프'에서 신공항들이 쏟아져 나오는 나비효과라니, 넋이 나갈 지경이다.

지도에서 가덕도를 아무리 유심히 살펴봐도 동남권 관문공항의 입지로는 부족해 보인다. 접근성에서 김해 신공항을 이길 도리가 없다. 부산 시민 상당수도 김해 공항 이용이 수월한 형편이다. 입지상 부산 남부공항이나 다름 없다. 가덕도 신공항이 가능하다면, 경기남부 신공항은 벌써 개항했어야 한다. 경기남부 대도시와 충청권 중소도시의 배후 인구 730만명의 수요와 인천·김포공항 보조 기능만으로도 공항신설 조건은 차고 넘친다.

역대 정권이 순전히 표를 구걸하려고 설치한 지방 국제공항이 즐비하다. 하지만 애초에 항공수요는 도외시한 정치공항들이니 유령 공항으로 전락한 게 태반이다. 항공사들은 취항을 사양했고, 빈 공항은 예산만 잡아먹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무안공항 활주로에 고추 말리던 시절도 있었다. 정치공항에 대한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백미는 유령공항에 대통령 이름 붙이기다.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대중공항'(무안공항)은 국민혈세를 표로 바꾼 실책에 대한 은유다. '김중권공항'(울진공항), '유학성공항'(예천공항)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가덕도 신공항 명칭을 '노무현 국제공항'으로 짓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다. 진보진영에겐 '성인' 반열에 오른 노무현 전 대통령 이름을 붙일 정도라면, 가덕도 신공항의 성공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반증일 테다. 반대로 천영우 전 청와대경제수석 말대로 멸치나 말리는 공항이 된다면, 실패가 뻔한 사업에 '노무현' 이름을 붙인 만용은 두고두고 반성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을 공항 명칭으로 사용했다면, 가덕도 신공항을 함부로 밀어붙이는 일도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