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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후진 정치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은 해피 바이러스다. BTS가 어제 또 한 번 낭보를 전해왔다.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선정된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그래미 어워드는 알려진 대로 가장 권위있는 음악시상식이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을 망라하는 시상분야도 압도적일 뿐 아니라, 2만장 이상의 음반과 트랙이 참여할 만큼 수상 경쟁도 치열하다. 시카고 교향악단 지휘자인 게오르그 솔티가 클래식 음반으로 31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받아 최다 수상의 영예를 지키고 있지만, 아무래도 그래미의 백미는 대중음악 분야 시상이다.

전세계 대중음악 뮤지션들이 그래미의 축음기 트로피를 염원하는 건, 철저히 음악성만 따져 수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우선 심사위원인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1만3천여명들 자체가 아티스트, 제작자, 녹음전문가 등 쟁쟁한 음악 전문가들이다. 팬들의 투표와 지지에 바탕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나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는 질적으로 다른 이유다. 그래미 수상은 동시대의 뮤지션들의 인정을 받은 아티스트로 공인받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BTS가 지난 9월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뒤 그래미상 수상을 희망하는 소감을 밝힌 것도, 그래미의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미도 아카데미 영화상과 마찬가지로 백인과 미국 중심 시상으로 '화이트'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영국 백인 아델이 미국 흑인 비욘세를 누르고 수상했을 땐 '너무 하얀 그래미'라는 팬들의 비난이 일었고, 일부 흑인 아티스트들은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AP, 로이터의 대서특필은 BTS의 그래미 후보 선정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지 보여준다. 특히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본상 후보에 지명됐어야 했다며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본상이 아닌 팝 분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그친 걸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뮤지션에겐 철옹성이던 그래미의 문화적, 인종적 장벽을 허물고 수상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BTS의 성취는 대단하다. BTS의 노크가 당당하다. 그래미가 상냥하게 문을 여는 일만 남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