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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징계청구와 직무배제 조치 파장이 연말 정국을 집어삼켰다. 법을 다루는 검찰과 법무부가 직무정지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벌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여야를 비롯한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극한 대립은 결국 누군가 하나 치명상을 입어야 끝날 듯한 상황으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정치권에서는 마치 경주라도 하듯이 경쟁적으로 서로에게 막말을 쏟아내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식의 극한 대립을 보이며 21대 국회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수준 높은 정치를 갈망했던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수년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는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를 보면 '반드시 버려야 할 싸움을 가려내고 이것을 현명하게 선택할 때 진정 중요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남과 논쟁하고 대립하고 심지어 싸워야 할 때가 틀림없이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비판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사람들 사이에 놓인 분노와 불신의 벽을 더욱 높아지게 할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나와 다른 의견 속에서 티끌만큼 작은 진실이라도 찾아내고자 의도적으로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 미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과 인종차별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현재의 미국 사회 내 존재하는 분열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민의 단합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서로 비난에만 몰두하는 사이에 위기는 더욱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분열의 정치'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정치권은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과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성철 정치2부(서울) 차장 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