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시설에서 '복합공간'으로 역주행 초래
부작용 속… 도시·국가·세계로 동심원 확장
대면 중요 문예생태계도 변화 효율 지원을

팬데믹 이후의 가족이 모두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사회에 양도했던 집의 기능을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재택' 생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온 가족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식사하고 휴식까지 함께 해야 하니 불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낮에는 비어 있던 집이 사무실로, 온라인 학습장으로, 식당으로, 문화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 같은 공간의 역주행은 마을과 도시, 국가와 세계라는 더 확장된 공간 단위에서도 동심원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재외국민들은 귀국하고, 시민들도 이동을 최소화하고 집과 집 근처로 행동반경을 축소하며 생활한다.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가정으로, 혹은 주부들에게 전가되고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문화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대면이 중요한 문화예술의 창작, 제작, 유통, 소비, 향유 등 문화예술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격리, 방역지침은 문화시설의 휴관, 공연·전시·축제 등의 취소로 이어져 문화예술활동의 중단과 심대한 위축을 가져왔다. 위기 속에서 기회도 있다. 아동청소년 도서나 투자·재테크 관련 도서에 집중되고 있긴 하나, 도서판매량이 전년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여가와 취미생활을 하는 '홈하비(Home Hobby)' 현상도 거리두기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이다. PC방, 노래방, 영화관 등 외부에서 즐기던 문화 소비활동이 집으로 들어왔다. 가정내 취미활동의 증가는 관련 상품 판매량 통계에 의해 확인된다. 집에서 영화관람을 즐길 수 있는 '프로젝터용품'과 영화 'DVD'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유화와 드로잉 등 미술용품 신장세도 가파르다. '유화용품' 판매량이 3배 가까이 증가했고, '드로잉용품'과 '조소용품'도 늘고 있다. 사운드바를 포함한 '오디오'와 음악 감상을 위한 '음반'도 증가했다. 대표적 취미 상품인 악기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피아노와 트럼펫은 두 배 이상 팔리고 있다. 가정내 취미생활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활패턴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가정내 취미활동과 예술활동은 늘어난 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이 같은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당면한 코로나 위기는 국민들의 문화 향유와 창조 역량을 드높이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창수 인하대 초빙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