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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중략)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청마 유치환이 읊은 '울릉도'다. 문학 속에서 섬(島)은 대개 소외와 고립의 상징으로 은유되고 그리움과 동경의 발원이자 대상이다. 하지만 청마 시절 서정의 끄트머리엔, 뭍에서 떨어진(落) 바람에 형편없었던 낙도(落島) 사람들의 팍팍한 삶이 매달려 있었다.

이제는 섬을 향한 관념적 서정도 메마르고, 섬사람들의 생활도 훨씬 나아졌다. 섬과 뭍을 꼼꼼하게 이어주는 연륙교 덕분이다. 지난해 개통된 전남 신안군의 '천사(千四)대교'가 압권이다. 목포와 연륙교로 연결된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 붙였다. 암태도엔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가 연륙교로 매달려 있었다. 5천800억원 짜리 천사대교로 연륙된 섬들은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고, 1만명이 채 안 되는 섬사람들의 삶은 달라졌다.

전라남도뿐 아니다. 부산 경남에도 수많은 연륙교가 섬을 육지로 만들었다. 1조4천억원 짜리 거가대교는 거제도를 부산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부산 가덕도는 신공항 혜택까지 받을 모양이다. 연륙교의 대부분이 전남과 부산·경남에 집중된 걸 보면, 정권을 탄생시킨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결과인 듯 하나 단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울릉도에도 2025년에 공항이 생긴다니, 청마의 애틋한 시정(詩情)이 여객기 소음에 묻힐 날도 머지않았다.

청마가 애달파한 국토의 막내라면, 이젠 서해 5도(백령·대청·소청·연평·우도)가 유일하지 싶다. 북방한계선 바다에 흩어진 서해 5도는 정서적으로 행정적으로 여전히 낙도다.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당했고, 연평도는 북한 포사격으로 불바다가 됐으며, 중국 해적어선들이 어장을 독차지한 서해 5도 국민의 삶은 전쟁이다. 그런데 보상이 없다. 백령도 공항은 지지부진하고, 연평도 포격피해 보상 특별정책자금 9천억원은 절반도 못썼다. 연평도 주민이 온라인 쇼핑을 하려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배송비를 지불해야 한다.

"조기를 담북잡아 기폭을 올리고/ 온다던 그배는 어이하여 아니오나/ 수평선 바라보며 그이름 부르면/ 갈매기도 우는구나 눈물의 연평도." 연평도 공영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노래비다. 1964년 히트한 옛 가요란다. 서해 5도는 여태 이 시절에 갇혀있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들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