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여당이 스크럼을 짜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작금의 현상은 전무후무하다. 아무래도 윤석열 총장의 캐릭터를 오판한 탓이 크다. 예전 총장들 중엔 개인비리를 흘리기만 해도, 임명권자의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자진사퇴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인사권을 빼앗기고,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고, 처가를 향한 재수사와 기소에도 버틴다. 정치권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검찰총장이다.
그래서일까, 윤 총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쏟아내는 말폭탄의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황운하 의원은 역사와 왕조시대를 소환해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을러댔다. 김용민 의원은 윤 총장을 '대한민국의 트럼프'라고 조롱했다. 김남국 의원은 "대권 욕심에 눈이 멀어 검찰조직과 대한민국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고 가세한다. 검찰이 업무용으로 수집했다는 판사세평을,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의 불법사찰'이자 '직권남용·불법행위'로 단정했다. 김두관 의원은 윤 총장을 아예 전두환급으로 격하했다.
여당 의원들이 말폭탄에 담은 핵심적인 메시지는 '정치검사 윤석열'인 듯하다. 그래서 대역 죄인이자 트럼프이며, 대권 욕심에 불법사찰을 자행한 전두환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윤 총장이 정말 미워서 한 말이고, 정치적 수사일테다. 하지만 과장이 과도하고 논리가 뜬금없으면,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황운하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로 현실의 법정에 서야 할 피고인이고, 김남국 의원이 윤석열 정국에 판사 참전을 요청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북한이 정부나 대통령을 비난하는 막말 담화를 쏟아내 봐야, 말 같지 않고 말 주인이 북한이라 무시당하는 이치와 같다.
만화는 대사를 말풍선에 가둔다. 한 검찰총장을 내쫓기 위해 정권 전체가 들고 일어난 현 정국이 만화 같고, 만화 같은 정국에 여권 인사들의 말풍선이 가득하다. 추미애 장관과 여당이 정치검사로 낙인찍는 말풍선을 쏟아낼 때마다, 윤 총장의 차기 대선 지지도가 올라가니 이 또한 만화 같다.
총장직에 복귀한 윤석열에 대한 법무부 징계 절차가 개시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다. 여당이 말폭탄을, 서울행정법원 결정문에 버금가는 법치의 언어로 바꾸었으면 한다. 그래야 정권의 품격을 지킬 수 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