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우리집에 불이 나겠나"
안일함·안전불감증이 불씨 키워
춥고 건조한 계절… 유비무환
확인 또 확인 습관 반드시 새겨야

이천소방서장 재직 중 마주한 물류센터 화재는 영원히 잊지 못할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노라면 가족을 잃은 어린 유자녀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돌고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떠올라 가슴이 저며온다.
이들의 아픔 앞에 가슴 속에 흐르는 눈물조차도 사치스럽다는 생각뿐이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우리 사회에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던진 채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날의 아픔과 코로나19의 시련을 견뎌내는 동안 어느새 도로의 가로수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코끝이 시린 겨울이 다가왔다.
겨울은 소방관들이 가장 긴장하는 계절이다. 춥고 건조한 날씨 탓에 화재 위험요인이 큰 폭으로 증가해서다. 특히 올겨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활동 증가 영향이 맞물려 소방공무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겨울철 화재(11월~2월)는 총 1만6천923건으로 전체 화재건수 4만9천332건 중 34.3%를 차지한다. 화재 3건 중 1건이 겨울철에 발생하는 셈이다.
화재 원인을 보면 부주의로 인한 화재와 전기적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화재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통계가 증명한다.
겨울철 대표적인 난방기구인 전기장판에서 안전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
최근 소방청이 전기장판 화재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전기장판과 온열기는 장시간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 후 반드시 전원을 끄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각 가정에서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 내 가족, 나아가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난방용품 주변에는 소화기를 비치하고 사용법을 숙지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도민들의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소방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가 빈번한 위험지역 106곳을 발굴, 시설보강 등 개선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빅데이터 분석과 관계기관과의 협업으로 선제적 위험요인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안전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본부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퇴직 소방관이 주축이 된 '화재취약 실버세대 안전지킴이'도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도내 600여 독거노인 세대를 방문해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안전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한다.
혼자 사는 80대 어르신이 안전지킴이가 설치해 준 단독경보형 감지기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사례는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전달한다.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48년 당시 '불조심 강조 캠페인'에서 탄생한 불조심 예방 표어 문구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화재 등 사고 예방을 위해선 철저한 대비만이 최선책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설마 우리 집에 불이야 나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과 안전 불감증이 불씨를 더 키우는 법이다.
다 안다는 생각보다는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습관만이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은 겨울을 맞아 72년 전 만들어진 표어를 가슴 속에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서승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생활안전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