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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미국영화 '그래비티(Gravity)'는 지구 600㎞ 상공에서 사고로 미아가 된 우주인의 생환과정을 그렸다. 우주공간에서 바라본 지구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장면 연출이 인상적이다.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촬영상 등 7개 부문을 쓸어담았다.

극 중 "우주에 있으면 무엇이 가장 좋아?"라는 조지 클루니의 말에 산드라 블록은 "고요함"이라고 한다. 둘이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장면에 숨이 멈춘다. 정말 조용한 우주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느새 우주에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신비롭게 빛나는 푸른 지구의 잔상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일본의 무인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채집한 소행성 토양 시료가 지구에 도착했다. 지난 2014년 지구를 출발한 이후 6년 만의 귀환이다. 하야부사 2호는 송골매란 뜻인 하야부사 1호에 이은 두 번째 소행성 탐사선이다. 2003년 발사된 하야부사 1호는 규소질 소행성인 이토카와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10년 만인 2013년 지구로 돌아왔다.

하야부사 2호는 2014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이 함께 만든 우주로켓 H2A에 실려 발사됐다. 6년 동안 지구와 류구(Ryugu·지구 근접 소행성) 사이를 왕복하면서 52억㎞를 비행했다. 3억4천만㎞ 밖 류구 궤도에 도착해 흙과 암석 시료를 채취했다. 캡슐을 떨어뜨린 하야부사 2호는 다시 우주로 비행한다. 앞으로 11년 동안 100억㎞를 더 비행하며 다른 소행성 탐사에 나선다. 탄소질 소행성의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 최초의 탐사선이 됐다.

지난해 발사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2023년 지구 귀환을 목표로 내년 3월 소행성 궤도를 떠난다. 중국도 달 표면의 샘플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 중이다.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우주 굴기(굴起)'에 나선 것과 달리 대한민국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이미 운용했어야 할 달 궤도선은 2022년, 착륙선은 2030년으로 미뤄졌다. 우주 개발이 정치 논리에 밀려 오락가락한다. 우주항공연구원장은 직원을 폭행해 해임되는 사고를 쳤다. 연구원들의 파벌 싸움에 조직이 멍들고 우수 인력이 이탈한다. 뭘 해도 안 되는 집안은 다 이유가 있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