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상이 불안에 떨게 된 지도 어언 일 년이 되어간다.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언택트 시대에 온라인으로나마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온기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둣 하다. 또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사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트렌드페어에 참여한 본 작가는 화기애애라는 타이틀로 참여하게 되었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코로나 블랙 코로나 레드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온다. 가슴 속에 화병(火病)이 생기는 사람들도 많아진다고 한다.
"화기(花器)는 자연 그대로 태토의 색을 발현하도록 하였으며 포인트로 골드나 러스터유로 처리하였다. 태토 그대로의 질감은 완전히 건조된 상태에서 초경칼로 깎아 딱딱한 느낌의 표면처리를 하였으며, 화기 윗부분은 물레 찰 때의 흙의 물성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였다. 형태적인 면과 표면처리에서 완전히 상반되는 마무리를 통해 자연성과 인위성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였다. 본 작가는 화병이라는 것 자체가 자연을 인공적 공간으로 끌어옴으로써 공간의 모호함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술과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은 크다. 생활 가까이에서 모든 사람들이 향유하고 치유되기 바란다."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화병(火病)'은 '화병(花甁)'으로 치유하세요 하는 메세지가 숨겨 있기도 한 이번 전시는 화기애애(和氣靄靄)의 본뜻인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부드러운 기운(氣運)이 넘쳐 흐른다는 뜻은 물론 화기애애(花器愛愛)라는 뜻이 담겨있다.
꽃과 도자기를 굽는 것을 사랑한다 라는 뜻 또는 화기(花器)는 사랑이다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는것이다.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자연을 끌어왔으며 자연을 좀 더 지속하기 위한 보조 매체로 화기(花器)를 사용한 것이다. 시기에 맞게 준비된 포인세티아 화분은 받는 모든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에겐 전달되지는 못했지만) 50여명의 사람들에게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달되었다.
어떤 관람객은 큰소리로 환소성을 지르시며 갑작스런 선물에 감동했다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 관객에게 전달된 포인세티아는 마스크로 사이로 함박웃음이 새어 나오게 하였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한 관객은 '페어에 와서 이런 화분을 선물받기는 처음이다. 우울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라고 하며 행복함을 남기고 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에 본 작가의 소소한 움직임이 많은 이들에게 온기와 부드러운 기운이 전달되어 화기애애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조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전공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