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_1607217112005_1000
올해 마지막 전시로 닻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물질과 상상 Material and Imagination' 전에 전시된 김윤수 작가의 '바람은 쉼이 없이 세상의 모든 경계를 어루만져준다'와 '바람의 표면'. /닻미술관 제공

바바라 보스워스·김윤수 등 5명 작가
소재가 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 주목
"예술 현존 고찰" 12일~내년 2월28일

광주 소재 닻미술관이 올해 마지막 전시로 오는 12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물질과 상상 Material and Imagination'전을 개최한다.

바바라 보스워스(Barbara Bosworth), 필리스 갈렘보(Phyllis Galembo), 엘라이쟈 고윈(Elijah Gowin), 김윤수, 이진영 등 다섯 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소재가 각자의 매체를 통해 작품으로 구현되는 과정, 즉 물질이 상상이 되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먼저 바바라 보스워스는 '구름 바다 Sea of Clouds'를 통해 작가가 삶의 마지막 여정에 다다른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비행길 창문에서 촬영한 구름 사진을 선보인다. 바다와 같이 펼쳐지는 구름 공간을 바라보다 천국을 떠올린 작가는 그 순간의 담담한 심상을 사진으로 고요하게 담아냈다.

이어 필리스 갈렘보는 지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아이티의 소도에서 행해지는 연례 종교의식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순례자들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가 촬영한 사진은 작가도 예측할 수 없는 장면으로 드러났다.

엘라이쟈 고윈은 인간의 한계와 시도의 의미를 사진 예술로 전한다. 그는 곧바로 응시할 수 없는 태양을 사진 빛으로 포착하며 인간의 초월적 감각과 상상의 기술을 선보인다.

김윤수는 시간과 공간 안에 가만히 머무르며 그 시간 사이, 공간 사이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자연과 삶의 순수한 진실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렇게 흡수한 이야기는 작가에게 온전히 간직된 채 그의 손끝에서 다시 섬세하고, 푸른 작품으로 재현된다.

이진영은 19세기 사진 기법 가운데 하나인 암브로타입을 매개로 작업한다. 감광제가 마르기 전에 현상해야 하는 암브로타입의 특성에 따라 그의 작품에는 공중의 입자들이 미묘한 흔적으로 남는다.

이런 '흔적의 흔적'은 작품의 물질성을 이루는 동시에 상상의 틈이 되고, 층위로 구현된 바람과 구름 이미지는 추상적 공간이 돼 어느덧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강민정 닻미술관 학예실장은 "다섯 작가의 물질과 상상 사이 예술적 진자운동은 한 공간 안에 서로 겹쳐지며 예술의 현존과 그 너머 삶의 진실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도록 한다"며 "아울러 섬세한 감각으로 대상을 경험하고 그로부터 깨달은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응축한 다섯 작가는 우리 앞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물질을 내어 놓는다"고 설명했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