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곳부터 복원 노력 '급선무'
자영업자·소상공인 가장 큰 피해
동반자로서 먼저 작은손길 내밀어
암흑 터널서 빠르게 빠져 나와야

하지만 중요한 건 정확한 코로나19 종식 시기나 진정세 등과 관계없이 우리는 일상으로 복귀할 준비를 항상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앞에 놓인 일상은 코로나19 여파로 많이 다를 것이다. 일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할 수도 있고 아직까지 효율성 면에서는 검증이 덜 끝났다 하더라도 민간과 공공 가릴 것 없이 시행되고 있는 재택근무의 지속 또는 확산, 비대면 비즈니스 환경의 확산 등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시점에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그런데 필자는 올 한해 코로나19에 따른 영향과 미래상 등에 대한 여러 책들을 읽으며 코로나19에 따른 인간관계의 단절과 소통 부족, 미증유의 두려움에 기반한 막연한 증오 확산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내용을 접했다. 흔히 우리가 하는 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식, 독불장군식 리더십과 행태가 작게는 한 조직에서 크게는 국가, 나아가 지구촌 전체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교훈을 남긴 것은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읽은 '세계 미래 보고서 2021'에서 코로나19 확산의 3가지 동인을 이동의 수월성을 가져온 세계화, 높은 인구밀도를 초래한 도시화, 그리고 기후변화로 지적하고 있었는데 이제 이러한 기존 글로벌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수직적이고 불평등한 분업구조에 바탕한 글로벌 공급망이 소위 글로컬 라이제이션으로 불리는 지역단위 세계화 방식으로 재편되고 국가간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던 화석연료 사용의 감축 및 이에 기반한 탄소 중립 사회로의 이행은 금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이상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미룰 수 없는 범지구적 핵심 어젠다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성장보다는 공공과 복지, 각자도생이 아닌 공존의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소위 양적 성장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세계 시민들이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사고와 기업의 등장이 확산할 거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어 희망 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결론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술이 더이상 제로섬 게임식의 이분법적 경쟁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우리 후손들까지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협력해야 할 진정한 동반자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계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연결되어 어느 한 곳이 타격을 입으면 전체 생태계 구성원들이 크든 작든, 빠르든 느리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하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가장 급선무일까? 가장 취약한 쪽을 빨리 진단해 끊어지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가급적 조기에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이 그 해답일 것이다. 올 한해 누구나 힘들었겠지만 담당 업무를 하면서 생생하게 체감해 본 필자의 생각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년 초 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 하니 조금이나마 시름을 덜어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서로가 먼저 내미는 작은 손길이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암흑의 터널을 조금이라도 빨리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하는 게 필자의 경자년 세밑 넋두리다.
/백운만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