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물어가는데도 코로나19 악몽은 절정을 치닫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대유행은 2월 1차, 8월 2차 대유행을 압도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1일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더니 하순부터는 500명 이상으로 확대되고, 이달 들어서는 600명을 돌파했는데,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연말이면 1천명을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2월 대구 1차 대유행과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뒤늦은 봉쇄조치와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정부는 신천지교회를 방탄조끼 삼아 1차 대유행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냈다. 자발적인 봉쇄를 결단한 대구시민과 의료진들의 헌신으로 이루어낸 기적이었다. 덕분에 4월 총선을 앞둔 정권에게 전대미문의 악재가 전무후무한 호재가 됐다. 슈퍼 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1차 대유행 이후 K방역은 정권의 소프트파워가 됐다. 국경봉쇄 없이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K방역을 칭송한다는 외신이 국내언론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졌다. 정부는 K방역의 요체인 3T, 신속한 검사(Test)·역학조사(Trace)·격리치료(Treat)를 코로나 대응 국제표준인 듯 자찬했다.
하지만 3차 대유행으로 3T가 균열이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속항원검사 도입을 지시했다. 가짜 음성 진단을 받은 보균자가 마음 놓고 돌아다닐까봐 정부가 무시했던 검사다. 대통령은 군과 경찰을 역학조사에 투입하라고도 했다.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동나고, 경기도에만 자택 대기 중인 확진자가 400명 가까이 된다. 겨울 대유행 경고에도 불구하고 10월12일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낮추었던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은 어처구니없다. 정부의 K방역 지침에 따라 죽을 고생하며 두 차례 대유행을 극복했는데, 3차 대유행이 터지자 진단장비는 허접해지고, 역학조사 인력이 모자라고, 치료병상이 고갈됐다니 말이다. 수십조 코로나 추경이 무색한 일이다.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났다. 자영업자는 생존투쟁형 영업을 위해 규제의 빈틈을 찾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지난달 설문조사에서 국민 절반 정도는 코로나19 감염이 '운수 소관'이라고 답했단다. 1년 내내 시달린 끝에 복불복식 체념인데, 방역을 위협하는 현상이다.
K방역이 위기다. 1차 때의 신천지, 2차 때의 8·15 보수집회와 같이 탓할 대상도 없다. K방역의 실체가 처음으로 검증대에 올랐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