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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와 동승자의 첫 재판이 열린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동승자 A(오른쪽)씨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음주 운전자 B씨가 지난 9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부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2020.11.5 /연합뉴스

실형 선고 피하려 유족 찾아가

불안감 조성 양형에 불리할수도

밤늦게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의 생명을 앗아간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차량의 동승자(11월6일자 4면 보도=을왕리 음주운전 사고 동승자 '첫 윤창호법 적용' 법리공방)가 최근 피해자 유족을 일방적으로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자, 유족 측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와 함께 '윤창호법'으로 불구속 기소된 동승자가 합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실형 선고를 모면하기 위한 셈법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에 따르면, 을왕리 음주사고 피해자 유족 측이 합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사고 차량 동승자 A(47)씨 측이 합의를 위해 집 근처에 나타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윤창호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사고 차량을 운전한 B(34·여)씨는 윤창호법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교통사고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형량을 결정하는 주요 판단 요소다. 더군다나 A씨는 검찰이 동승자도 음주운전 사고의 공범으로 판단해 윤창호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윤창호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은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내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다면 법률상으로는 최소 형량인 징역 3년을 선고받아야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유족 측과 합의해야 그나마 형량이 줄어 실형을 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6월 인천 서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해 20㎞ 넘게 운전하다 50대 남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윤창호법이 적용돼 기소된 C(55)씨가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이 형량을 정하는 데 C씨에게 유리한 요소로 고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A씨처럼 피해자 유족 측이 원치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지속해서 합의를 요구해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오히려 재판부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천의 한 변호사는 "A씨의 행위는 진지하게 반성하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유죄가 선고될 경우 양형에서도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