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개정안중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연차적으로 의원 정수의 2분의 1 규모로 축소한 것과 의회사무처 직원 수를 각 지방의회의 재정·규모·인구수 등에 따라 조례로 정해야 함에도 인건비 등을 고려한다는 미명하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는 의회 의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하면서도 조직권은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두겠다는 것인데 반쪽짜리 법안 통과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먼저 필자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혹자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단순히 지방의원의 비서역할로 오용될 수 있고 너무 많은 인원을 채용하면 주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경기도의회 의원 수는 141명이며 경기도 인구수는 1,370만명이다. 2021년 경기도 예산규모는 교육청 포함 48조 4천억원에 달한다. 의원 1인당 10만명 가까운 도민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담아내야 하고, 3천 4백억원 정도의 예산을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의원은 인턴 포함 9명의 보좌인력이 있고, 입법과 예산 등 전문지원 조직이 탄탄한 것에 비하면 지방의원은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의 근원적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방의회를 통제하에 두게 된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 제118조 1항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라고 규정하여, 30여년 동안 지방의회의 독립성에 족쇄를 채워왔다. 지방자치단체의 하부기관이나 부속기관처럼 지방의회를 규정한 것은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헌법 제118조 1항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둔다"로 개정하고 지방자치법에서 분리시켜 지방의회법을 제정하여야 한다. 헌법상 개정 없이도 지방의회법을 제정할 수 있지만 분권형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지방의회를 헌법상 독립된 기관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
헌법 제118조 2항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라는 규정 또한 "~조례로 정한다" 로 수정하여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자치조직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듯이 지방의회에는 지방의회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지방의회의 독립성이 보장될 때 가능한 것이다. 지방의회법 또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이런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지방의원들의 단합된 힘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듯이 한목소리로 지속적이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국회와 정부에 던져야 할 때이다.
지난 4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전해철 국회의원은 인터뷰 에서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그런 일들을 많이 해왔다며 자치와 분권이 잘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방의회법 등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아쉽지만 그 시작은 미약하더라도 지방의회법 제정과 분권형 개헌을 통하여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원(前 경기도의회 의장, 자치분권발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