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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코로나 대침공'. 2020년 새해 벽두 세계를 기습 침공한 코로나19에 인류는 속수무책이었다. 인류는 이동을 멈추고 언택트 사회에 갇혔다. 셧다운을 반복한 거대도시들은 활기를 잃었다. 미국은 노마스크(공화당)와 마스크(민주당)의 정치적 내전으로 내상이 심각하다. 지난 1년 6천688만여명이 감염됐고, 154만여명이 사망했다. 우리의 희생도 컸다. 확진자는 4만명에 육박했고, 556명이 사망했다.(질병관리청 12월9일 현황)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활보하는지 파악조차 힘들다.

다행히 인류는 2020년이 가기 전에 희망의 등대를 밝혔다. 백신을 무기로 코로나19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 8일 90세 영국인 마거릿 키넌이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최초로 접종했다. 백신 대량 접종이 개시된 것이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자본을 모았고 까다로운 임상시험 조건을 완화했다. 제약사들은 백신 시장을 겨냥해 속도경쟁을 벌였다. 일찌감치 팬데믹을 예상한 빌 게이츠도 민간에서 백신개발을 독려했다.

코로나 침공에 맞선 지구연합 작전 결과 새로운 종류의 백신이 개발됐다. 유전자 백신(mRNA백신)이다. 인체에 유전자를 심어 코로나19와 유사한 단백질을 형성해 면역력을 만든다. 화이자와 모더나사의 백신이다. 비싼 가격과 초저온 유통이 단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사의 백신은 코로나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심어 면역력을 만든다. 가격이 싸고 유통도 쉽지만 효과는 떨어진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반격이 개시됐지만,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백신 확보 전쟁이다. 개발 전에는 최빈국을 배려해 백신 평등론을 논의하던 선진국들이 백신을 선점하기 위해 난리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이자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고, 프랑스는 화이자에 공급계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뒤늦게 4천400만명 분의 백신 선구매 계획을 밝혔지만, 본격적인 대국민 접종은 내년 하반기 정도로 계획한 모양이다. 외국의 접종 동향을 살펴 백신의 안정성을 검증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3차 대유행의 양상이 심각하다. 미국과 영국처럼 백신 말고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백신을 쌓아놓아야 한다. 정부의 태도가 너무 느긋해, 너무 늦을까 봐 조바심이 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