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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2단계', '코로나보다 화병(火病)에 먼저 간다', '마른하늘에 500명'. 수원에서 한우구이 식당을 하는 40대가 페북에 코로나 관련 유행어라며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자영업자의 힘겨운 버티기 실태와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비판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냈다. 읽다 보면 웃음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도 없게 된다.

그는 지난 여름 SNS에 글을 올려 멀쩡히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자영업의 길을 택했던 사실을 밝히면서 "후배들아 사표 절대 내지 마라, 내라고 해도 끝까지 버티라"고 충고했다. 얼마 전 수도권이 2.5단계로 격상된 날에는 "저녁 전에 발표해줘서 고맙다. 밥을 먹은 후였다면 체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말이면 보너스를 얼마나 줄지 고민했는데, 직원 13명의 급여를 걱정하는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라고 푸념했다.

청와대 게시판에 '코로나 전쟁에 왜 자영업자만 일방적 총알받이가 되나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랐다. 며칠 만에 참여인원이 10만명을 넘어섰다.

자영업자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코로나 규제방향을 보면 90% 이상 자영업자만 희생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합 금지할 때 그 엄청난 마이너스를 왜 자영업자한테만 책임을 다 지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청원인은 자영업자가 원하는 건 코로나로 집합금지가 되면 대출 원리금 상환도 정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대료도 그 기간엔 받지 말도록 해야 하며 각종 공과금도 사용하지 못한 만큼 줄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제 대출도 막히고 집도 줄이고 가진 거 다 팔아가면서 10개월을 버텨왔다"며 "제발 부탁 드립니다. 마지막 생명줄마저 끊어지기 전에 절규하며 호소합니다"라고 끝맺음했다.

최근 모 식당업주는 "지난 추석 때 3단계로 격상해 짧고 굵게 끝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다 잡겠다며 냉·온탕을 오가는 바람에 자영업자들만 피해가 커졌다고 비판했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어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더 나빠 보인다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텅 빈 가게를 지키는 주인장을 보면 덩달아 가슴이 내려앉는다. 대통령은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는데, 자영업자들은 '추위가 언제까지일지 몰라 힘들고 두렵다'고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