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건 전업주부건
감염병시대 여성 '돌봄노동 가중'
존중과 제대로 된 처우도 없이
성평등은 바람직하지 않아
함께 돌보고·일하는 사회 앞당겨야

박옥분의원 정면사진
박옥분 경기도의원(민주당·수원2)
과거 돌봄은 성별화된 여성의 일로 여겨졌다.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집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보조 생계부양자란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적이었고 모성 담론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하에 여성의 희생적인 노동력에 의지해왔다. 사회유지를 위한 필수적 기본 분야 중 하나가 돌봄이다. 그러나 대다수 돌봄자는 시간에 쫓기며 불안정한 삶의 터전에 놓여있다. 소위 '여성 맞춤 일자리'라고 불리는 일자리는 저임금, 고강도 압축노동이 대다수라고 볼 수 있다. 돌봄은 필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코로나19로 취약한 여성노동자들이 지금 위기에 직면해있다. 특히 저임금 여성노동자들은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감에도 서비스는 제공해야 하기에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도 더 커졌다. 코로나19 재난 속 돌봄노동의 중요성이 부각된 반면 돌봄노동자인 여성은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보육교사 채용은 코로나19로 채용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아이들이 줄어들자 본인의 의사와는 다르게 휴가를 쓰게 한다. 그럼에도 긴급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일의 강도는 커져만 간다.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보육교사의 동선을 수시로 확인하지만 정작 보육교사의 안전을 위한 장치는 부족하다.

일반 가정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는 일자리가 대폭 줄고 소득은 급감했다. 그럼에도 가사노동자는 지원금 받기가 어렵다. 가사노동자는 소득이 급감한 내용에 대한 증빙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아이를 맡기는 고객은 '개인 차량이 있는지?', '어느 곳을 경유해서 오는지?' 등 이것저것 가사노동자의 개인적 사항과 동선을 묻고 심지어 고무장갑도 가지고 와서 사용하라는 경우 등은 가사노동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

요양보호사의 어려움은 특별히 더 언급을 안 해도 될 정도다.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성희롱 또는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노인요양병원의 집단 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를 당하기도 하고, 집단감염을 피하지 못한 수많은 요양보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건강에 위협을 받았던 상황은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성민우회 자료에서 본 내용이다. 대구에서 코로나가 극성이었던 지난해 2월과 3월 유치원 입학이 어려워지자 베이비시터와 친정어머니가 정성으로 번갈아가며 육아를 담당해주셨다 한다. 두 분이 없을 때는 남편은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 엄마가 휴가를 냈다. 워킹맘은 아파도 연차를 쓰지 못하고 회사에 가서 엎어져 있더라도 출근한다고 했다. 워킹맘에게 연차란 아이가 아플 때 혹은 돌봄이 필요할 때 써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엄마는 코로나19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가 안 보낼 수는 없어 보냈는데 그것도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워킹맘이건 간헐적으로 일을 하는 전업주부건, 모두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여성노동자가 육아 때문에 도저히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가 없어 아예 직장을 그만둔 사례도 많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해도 남성은 오롯이 재택근무에 집중하는 반면 여성은 집안 일을 재택근무와 병행하느라 힘이 배 이상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코로나 위기가 가족내 돌봄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존중, 제대로된 처우 없는 성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내 여성전담으로 치부되던 돌봄은 이제 노동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노동으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은 여전히 가정내 여성이 전적으로 담당했던 노동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존중받지 못하거나 처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자로서의 인정과 사회보장, 보육노동자,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보호가 하루빨리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돌봄이 제대로 된 노동으로 존중받을 때, 남성들의 진입이 더 수월해지고 성별 분리 인식이 허물어질 것이다. 또한 가정내 돌봄에 대해서도 그 노동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여성만이 아닌 남녀가 함께했을 때 성평등한 가정이 실현된다. 돌봄노동이 존중받고,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가 하루빨리 앞당겨지기를 소망해 본다.

/박옥분 경기도의원(민주당·수원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