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보조 인력에 '주목' 전문가들 적극 초빙해 '인공지능 업체'로 도약
환자 맞춤 대응·회진 로봇 제공 '스마트화'… 대형·의원급 병원들 잇단 도입
세계1위 RPA 'UI path' 파트너십 등 외연확장 … 2023년 317억 매출 기대
음성인식 의무기록(Voice EMR) 기술을 탑재한 회진로봇 '폴'은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진단하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실시간으로 간호의무기록을 작성한다.
또 병원 진료시스템과 연동해 환자의 CT 영상과 차트, 과거 진료 기록 등을 제공해 회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간 의사 회진에 동석해 스테이션이라는 별도 공간에서 간호기록을 입력해야 했던 간호사들은 내년 AI 로봇 '폴'이 도입되면 의무기록 누락·지연 부담을 덜게 된다.
지난 11월 당·정·청 80여명이 참석한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AI 의료서비스의 모범 사례로 소개된 이 로봇의 아버지는 (주)와이즈케어 송형석(48) 대표다.
# 서울대 출신 회계사가 의료보조인력 안정화에 영감 받아 창업
송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사업가를 꿈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지난 2005년부터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로 일하다 스리랑카에 대형 병원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맡으며 사업 아이템을 착안한다.
"의료 전문성을 갖춘 의사는 넘쳐나지만 그를 서포트할 보조 인력은 불안정한 데서 영감을 얻었죠. 이직률이 높아 보조 인력 채용에 고충을 느끼는 의사들에게 안정적인 보조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송 대표는 퇴사 후 회계법인을 설립해 의료기관 회계자문을 하다 지난 2009년 의료파이낸싱·간편결제 시스템 회사 와이즈케어를 창업한다.
첫 상품은 미국 케어크레딧(CareCredit)사의 파이낸싱 데스크(Financing Desk)를 벤치마킹한 간편결제서비스 '스마트페이'였다.
환자들이 의료비를 결제할 때 장기 무이자 할부는 물론 캐피털 회사에서 저금리 대출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를 기반으로 와이즈케어는 지난 2012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Inno Biz)과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메인비즈·Main Biz) 인증을 받았고, 이어 지난 2015년 KB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 투자증권, 지앤텔벤처투자에서 국내 최초로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받기도 했다.
# 2017년 의료 AI 업체로 발돋움
스마트페이는 의료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 일선 병원이 폭넓게 도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직 의료 수가가 표준화되지 않은 데다 회계 노출을 꺼리는 병원이 많은 한국 특유의 의료 환경이 원인이었다.
송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이런 결제 시스템을 인공지능(AI)으로 발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한국 환자들은 대체로 병의 발생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한 번에 전달받길 원하는데, 병원이 매번 똑같은 설명을 반복해도 정작 환자는 방대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송 대표는 24시간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로봇이 환자와 병원 간 미스 커뮤니케이션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AI 분야 계열사 '와이즈AI'를 설립한 뒤 관련 전문 인력을 초빙하기 시작했다.
'다윈의 식탁'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인지과학 전문가 서울대학교 장대익 교수와 영상·음성 인식 및 STT(Speech to Text), TA(Text Analysis) 등 지능형 알고리즘 전문가 김종철 소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곽동규 박사, 서민원 CTO 등 AI 전문가 30여명이 지금까지 와이즈AI 산하 AI 기술연구소의 브레인을 담당하고 있다.
# 24시간 일하는 '인공지능 비서' 표방, 스마트 병원 가능케 해
현재 와이즈AI가 공급하는 AI 서비스는 '쌤(SSAM)'이란 이름의 의료통합지원 플랫폼이다.
쌤은 '병원의 인공지능 비서'로, 환자가 자주 묻는 질문 200~400개를 학습한 뒤 실제 환자의 문의에 적합한 대답을 제공한다.
환자가 네이버에서 병원을 검색한 후 전화로 '양악 수술에 대해 알려 줘'라고 하면 '턱의 구조를 바로잡는 수술'이라고 설명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
또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처럼 환자 맞춤식으로 회복기간·비용·병원 위치 등 연관 질문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진료예약·접수·결제를 24시간 진행할 뿐 아니라 병원이 고객 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CRM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한 달 200만~300만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AI 의료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현재 은평성모병원·을지병원 등 대형병원은 물론 바로선병원·바노바기성형외과의원 등 의원급 병원 다수가 도입하고 있다.
송 대표는 "'뭐든지 궁금하면 알려주는 도우미'란 뜻의 의료 AI 쌤은 인공지능 친화적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와이즈AI의 비전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머신러닝(자가 학습) 기술을 기반으로 일선 병원의 '스마트 병원' 전환을 돕는 AI로 거듭나고 있다.
쌤이 탑재된 AI 로봇은 환자에게 병원 1층에서 병실까지 가는 길을 안내하고 방문객의 손 소독을 돕는다.
또 병동에서 진료 영상 등을 제공해 의사의 회진을 보조하고 환자 진료 기록을 수집하는 한편, 병원 서비스에 대한 환자 만족도를 조사한다.
이는 쌤이 기존처럼 형태소가 아닌 패턴 기반으로 문장을 이해해 맞춤법에 정확히 맞지 않는 속어, 줄임말, 유행어도 머신러닝으로 학습하는 자연어 처리 기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와이즈AI 측은 내년 성남의료원을 시작으로 을지병원과 은평성모병원 등에 쌤이 탑재된 AI 로봇을 공급한다.
앞으로는 특정 AI 서비스를 원하는 병원에 맞춤형으로 AI 로봇을 개발해 공급한다는 복안이다.
# 코로나19로 의료AI 시장 폭발적 성장, 세계 진출 목표로 하는 와이즈AI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의료AI 시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헬스케어 AI 시장은 지난 2015년 17억9천만원에서 올해 256억4천만원으로 연 평균 70.4% 성장했다.
세계 헬스케어 AI시장 역시 2015년 8억1천만 달러에서 올해 66억2천만 달러로 연평균 42%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며 국내에서 의료AI 서비스는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와이즈케어는 AI 부문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 5월 인적분할을 통해 별도 계열사로 '와이즈AI'를 설립했다.
또 네이버 클라우드 및 세계 1위 RPA 사업자 UI path와 국내 의료분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사업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0억원을 기록한 와이즈케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오는 2022년 매출 150억원, 2023년 31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 대표는 "와이즈AI는 4대 보험금 부담이 없고 퇴사 걱정도 없는 AI 직원을 전 세계에 파견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AI가 특정 질환 환자 사후관리까지 맡아 디지털 의료 신약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통신사 협업으로 AI 플랫폼의 라이트 버전을 출시해 병원뿐 아니라 일반 직종 종사자에게도 AI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 (주)와이즈케어 연혁
▲ 2009년 (주)와이즈케어 설립
▲ 2012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과 '경영혁신형 중소기업'(메인비즈) 인증
▲ 2016년 KB금융지주 핀테크 유망업체 지분 투자 유치
▲ 2017년 한국거래소(KRX) 등록
AI 챗봇 등 의료 플랫폼 비즈니스 개발 착수
▲ 2018년 스마트페이 누적 가맹점 3천500개 돌파
가톨릭성모병원 스마트병원 AI 의료지원 로봇 및 플랫폼 개원준비단 참여
▲ 2019년 (주)와이즈케어 AI사업부 인적분할로 신설법인 설립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AI 회진로봇 '폴' 소개
▲ 2020년 의정부을지병원, 바노바기성형외과 등에 AI 안내로봇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