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후 부모님을 뵐 수 있게 해달라는 보호자들의 요청이 쇄도해 우리 요양원에서는 수원시의 협의를 거쳐 11월 초에는 요양원 건물 외부에 투명가림막 등의 안전장치를 한 비접촉 면회실(이글루)을 설치하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11월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초과하면서 계획을 뒤로 미뤄야 했다.
12월11일 휴대전화로 수원시에 490번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통보가 왔다. 정확히 석 달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이날 국내 발생자는 673명이다.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 가족들을 만날 날이 돌아올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의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이기 때문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들이 집단생활하는 고위험 시설이다. 요양보호사는 이들과 24시간 밀착 접촉하면서 돌보기 때문에 고위험직종에 속한다. 요양보호사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시설 전체 집단감염으로 확산이 되기 쉽고 사망 발생 가능성도 높다. 사망이 발생하면 해당 요양보호사는 사망자와 보호자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다.
중앙요양원은 150명 노인이 생활하고 있는 수원에서 가장 큰 시설이다. 요양보호사로 인해 이곳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입소 어르신, 동료 요양보호사에 대한 감염은 물론 보호자 등 지역사회에 대한 여파가 매우 클 것이다. 이런 절박감으로 65명 요양보호사들은 퇴근 후에도 자가격리에 버금가는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은 병간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상자의 청결 유지, 식사, 배설, 세탁, 복약보조까지 대상자의 생활 전반에 관한 지원업무를 한다. 환자를 부축하거나 이동하면서 육체적인 힘을 많이 필요로 하고 형태가 반복적이어서 관절과 근육 질환을 겪는다. 게다가 자신의 부모가 아니라는 사고에 직면할 때 자신을 추스르고 인내해야 하는 정신적 무게까지 감당해야 하는 직종이다. 여기에다 지금은 자가격리라는 또 하나의 고난을 견뎌내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철저한 방어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코로나 19는 1%만 틈새만 있어도 그 속을 뚫고 침투하는, 인간의 통제력을 넘어선 고약한 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권력에의 의지'가 아닌 신에의 의지가 필요할 때임을 절감하고 요양원장과 간부직원, 6명의 요양보호사 팀장 모두 10여 명이 매일 기도로 일과를 시작한다.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부분을 지켜달라고 함께 기도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인다. 중앙요양원의 신앙의 씨앗은 수원중앙교회가 2005년 1월 중앙요양원 설립 때부터 심어줬다. 교회 성도들이 방문하여 조리, 노인 생일잔치 등의 봉사와 재정지원을 하였고, 정기적으로 교회 목회자들이 예배를 함께 드렸다. 2017년에는 예배를 주관하고 돌아가던 두 분의 목사가 교통사고를 입어 하늘나라로 갔다. 이런 봉사와 희생 그리고 기도가 우리 요양원을 보호해 주고 있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수원 A 요양원과 관련해 28명이 집단감염이 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적군이 우리 요양원 사거리에 근접해 왔다는 위기감과 경각심을 느낀다. 적군을 눈앞에 둔 병사의 마음처럼 무섭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다른 요양원들은 물론 수원시 요양원의 모범인 중앙요양원을 지켜달라고 기도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라.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出入)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라" (시편 121:7~8)
/이세정 스완슨기념관유지재단 사무장·요양보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