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새로운 환자 '2만3821명'
나도 모르는 새 감염 빠른 발견·치료 중요
고통받는 사람들 위해 모금의 가치 나누길
이렇게 모두가 코로나19의 방역에 관심을 쏟을 때에 또 다른 감염병, 잊혀진 질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선사시대의 인골에서도 흔적이 확인된 결핵의 원인이 되는 결핵균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1882년. 결핵 예방에 효과적인 백신으로 'BCG'가 개발되고 사용된 것은 1900년대 초에 이르러서이니 그 오랜 시간 동안 결핵으로부터 삶을 지켜내기 위해 애써온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이 시기가 되면 대한결핵협회에서 실시하는 크리스마스 실 모금사업은 이처럼 결핵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한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 직원이었던 아이날 홀벨은 많은 어린이들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연말에 잔뜩 쌓인 크리스마스 우편물에 작은 실을 붙여 보내도록 하면 이들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고 국왕의 전폭적인 지원과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하고 성공적인 모금운동을 해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실은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어 결핵퇴치운동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결핵의 위험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결핵 신환자수는 2만3천821명으로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은 46.4%에 이르러 나날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의 위상에는 여전히 걸맞지 않는 수준이다. 한편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신환자수는 전국대비 21.9%를 나타내고 있다. 신환자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국의 발생 신환자 중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증가하는 것은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신호로 여겨진다.
결핵은 과거 빈곤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복잡해진 사회 구조와 생활 방식으로 인해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통해 경험한 바와 같이 호흡기 감염병인 결핵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상 어디에서든 감염이 될 수도, 나 자신이 감염원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 대한결핵협회 경기도지부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결핵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크리스마스 실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묻는다. 지금 시기에도 의료사각지대에서 결핵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실 모금사업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결핵환자를 발견하고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하며 적어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중요한 보탬이 되고 있다.
최근의 크리스마스 실 모금사업은 우리에게 익숙한 우표모양의 실과 함께 열쇠고리나 머그컵과 같은 실용적인 물품으로 확대되어 실시되고 있다. 올해에는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펭수'를 담았기에 더 많은 관심을 얻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크리스마스 실이 많은 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결핵으로 인한 고통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모금의 가치를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문의: 대한결핵협회 경기도지부(031-245-8671~3)
/우제찬 대한결핵협회경기도지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