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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과 중국·화교문화연구소는 지난 12일 온라인을 통해 국내외 화교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가 동아시아 차이나타운에 끼친 영향을 논의하는 국제영상회의를 가졌다. 여러 사례 가운데 이토 이즈미 요코하마유라시아문화관 부관장의 일본 요코하마중화가(차이나타운)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항구도시인 요코하마중화가는 연간 2천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번화가다. 올해 1월 중순 일본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가나가와현의 중국인이라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이 일본 감염의 발생지라는 오해가 확산했다. 2월 초순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여객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수백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요코하마중화가를 찾는 발길도 끊겼다고 한다.

관광객이 급감했고, 일본의 긴급사태선언 이후인 4월부터는 대다수 상점이 휴업했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도 문제였다. 요코하마 화교 상당수는 2~3세로 요코하마 출신이지만, 차이나타운 점포에는 '일본에서 나가라' 등의 편지가 날아와 화교사회에 깊은 상처를 냈다.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 지역 공동체가 큰 힘을 발휘했다. 요코하마중화가발전회협동조합은 '힘내라 요코하마중화가' 캠페인을 전개했다. 세대를 거듭해 뿌리내린 노(老)화교, 새로 들어온 신(新)화교, 일본인이 공존하는 조합은 코로나19로 오히려 결속력이 강화됐다.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한 활동, 상점을 위한 금융기관 상담, 식품안전캠페인 등을 이어가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40년 가까운 역사의 인천차이나타운도 코로나19로 휘청이고 있다. 인천차이나타운 화교의 상당수가 영주권자로 자칫 제도권에서 소외될 우려도 있다. 가까이 있지만 멀게도 느껴지는 오래된 이웃인 인천차이나타운이 다시 활기를 찾을 방안으로 지역 공동체가 힘을 모은 요코하마중화가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눈에 띄는 코로나19 극복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경호 인천본사 사회부 차장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