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가 아쉬웠다. 오늘 티박스가 앞당겨진 걸 보고, 자신이 생겼다. 무조건 핀 보고 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김아림은 "얼떨떨하다. 언젠가 기회가 올 줄 알았지만, 지금은 머리가 하얗다. 시상식이 끝나면 실감이 날 것 같다."
한국의 장타 여왕이 미국 여자 골프 최고의 무대를 정복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장타 1위 김아림(25)은 1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한국 선수로는 11번째 US여자오픈 정상이다.
박인비(32)가 두 번 우승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김아림이 10번째다.
작년 이정은(24)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선수 우승이기도 하다.
김아림은 이번이 첫 US여자오픈 출전이다.
세계랭킹 94위 김아림은 올해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역 예선을 치르지 못한 미국골프협회(USGA)가 대회 출전 자격을 확대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전에 US여자오픈에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이른 선수는 2016년 우승자 전인지(26)를 포함해 4명뿐이다.
4년 만에 5번째 신데렐라 탄생이다.
KLPGA투어에서 2승을 올린 김아림은 작년 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 이후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따냈다.
단숨에 메이저 여왕이 된 김아림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 원)라는 거액의 상금과 내년부터 5년 동안 LPGA투어에서 뛸 자격을 얻었다.
US여자오픈은 10년 동안 출전할 수 있다.
악천후로 현지 시각 일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펼쳐진 최종 라운드에서 김아림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적었다.
김아림은 선두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뒤진 공동 9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올해 75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5타가 넘는 타수 차이를 뒤집고 우승한 사례가 없다. 그러나 5타 차이를 따라붙어 우승한 선수는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6명이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 최다 타수 차 역전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김아림은 5번(파5), 6번(파4), 8번 홀(파3) 버디로 역전극의 토대를 만들었다.
10번(파4), 11번 홀(파4) 보기로 주춤한 김아림은 16∼18번 홀에서 폭풍 같은 연속 버디를 몰아쳐 승부를 갈랐다.
16번 홀(파3) 1m 버디로 선두 에이미 올슨(미국)에 1타차로 따라붙었고 17번 홀(파4) 한 뼘 탭인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선 김아림은 18번 홀(파4)에서 3m 내리막 버디로 1타차 선두로 대회를 마쳤다.
1타차로 추격하던 올슨은 16번 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김아림의 우승은 더 가까워졌다.
올슨은 1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집어넣으며 사실상 김아림의 우승은 굳어졌다. 파를 지켰지만
18번 홀(파4) 이글이 아니면 김아림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30분 넘게 기다리던 김아림은 18번 홀(파4) 올슨의 두 번째 샷이 홀에서 4m 지점에 떨어지면서 우승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을 울리며 동료 선수들과 얼싸안고 기뻐했다. 이정은과 김지영(24)이 달려와 샴페인을 뿌려줬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이 2언더파 69타를 쳐 1타차 2위(2언더파 282타)에 올라 한국 선수가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졌다. 18번 홀(파4)에서 10m가 넘는 장거리 버디 퍼트가 들어간 게 순위를 준우승까지 밀어 올렸다.
고진영은 이날 준우승으로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극적으로 따냈다.
이틀 전 시아버지가 타계하는 비보를 접한 올슨은 경기 내내 침울한 표정으로 버텼지만,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진영과 함께 공동 2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버디 3개, 보기 4개를 묶어 1오버파 72타를 친 올슨은 마지막 18번 홀(파4) 버디로 위안을 삼았다.
박인비는 버디 5개를 뽑아내며 3타를 줄이는 뒷심을 발휘, 공동 6위(2오버파 286타)에 올랐고 디펜딩 챔피언 이정은(24)도 박인비와 함께 공동 6위를 차지해 체면을 지켰다.
작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한 시부노는 3타를 잃고 4위(1언더파 283타)로 밀렸다.
3타차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섰던 김지영은 9오버파 80타를 쳐 공동 30위(8오버파 292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