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으로 혈액수급 비상
O형은 고작 1.2일분 '심각한 상황'
단체 헌혈은 전년보다 24.2% 줄어
"겨울엔 혈액 필요한 수술은 늘어"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면서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연일 확진자가 1천명 안팎으로 발생하면서 단체 헌혈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류모(26)씨는 "매년 2~3차례 꾸준히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며 "올해도 친구들과 헌혈에 동참하고 기념품을 받으려고 했으나 곳곳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내년으로 미뤘다"고 했다.
헌혈 참여 인구가 줄면서 혈액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17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혈액 보유량은 2.7일분에 불과해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인천 지역의 경우, 이날 오전 11시 기준 현재 혈액 보유량은 4일분이나 '당장' 의료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건 2.2일분 뿐이다.
혈액 보유량은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재고와 검사 종료 후 의료기관에 공급 가능한 검사대기혈액을 합산하는데 현재 1.8일분이 '대기' 상태인 셈이다. 혈액형별 보유량을 보면, 더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사고 등 위기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O형 혈액의 혈액 보유량은 1.2일분이 전부다.
시민들의 헌혈 참여가 줄어들면서 학교나 공공기관·군부대 등이 단체 헌혈을 통해 모이는 혈액량 비중이 중요해졌으나 기존 예약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인천에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25곳에서 단체 헌혈을 취소했다. 지난해엔 수능이 끝나고 학교 21곳의 학생 1천903명이 헌혈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0명이다. 14개 학교에서 신청했으나 원격 수업 전환과 코로나19 여파에 취소됐다.
이처럼 올해 인천 지역 단체 헌혈 참여는 전년 대비 4분의1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에서 당해 12월16일 기준, 헌혈에 참여한 인원을 보면 2018년 3만9천554명, 2019년 4만2천120명으로 6.5% 증가했으나, 올해는 3만1천910명으로 전년 대비 24.2% 줄었다. 동절기엔 혈액 보유량이 감소하는 '비수기'라 장기간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게 대한적십자사의 설명이다.
구옥희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 제제공급팀장은 "겨울엔 헌혈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혈액이 필요한 수술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혈액 수급이 비상인 상황"이라며 "헌혈의 집은 정부 지침을 준수해 철저하게 위생 관리를 하는 만큼 많은 시민이 헌혈에 동참해달라"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