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중 윤성여씨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8차 사건과 관련된 경인일보의 지면과 보도사진들. /경인일보DB

최대 미제사건 영화로도 '익숙'
'8차사건 누명' 윤성여씨 옥살이
재심공판 당시 경찰도 용서 구해
윤씨 "저같은 사람이 안 나오길"

경인일보 지면2
경기도에 사는 여러분이라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들어봤을 겁니다.

대한민국 최대 미제 사건으로 불렸고, 이 사건을 바탕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러분에겐 아마도 익숙한 사건 중 하나일 겁니다.

이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라 불러선 안 됩니다. 왜냐면 이 사건은 더 이상 범인이 없는 미제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30여년만에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졌습니다. 이름도 '이춘재연쇄살인사건'으로 명명됐습니다.

물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고, 고통 속에 갇혀 살았던 가족의 시간도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도 유일하게 범인이 잡혔다고 알려진 8차 사건의 진범도 이춘재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가 누명을 벗게 됐습니다. 자그마치 31년 만의 일입니다.

2020년 12월18일,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이 열렸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는 윤씨의 살인 및 강간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과 함께 사과했습니다.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의 일환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재심 판결이 피고인에게 위로가 되고 명예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또 당시 수사본부 소속 경찰들의 가혹행위를 인정했으며 현장검증조서, 혈액형·형태학적 체모 감정 결과,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감정 결과의 오류와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윤씨의 재심 청구는 이춘재연쇄살인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경찰이 3건의 연쇄살인사건과 이춘재의 DNA가 일치한다는 것을 단서로 이춘재를 조사하면서 시작돼 이씨가 자백을 하면서 비롯됐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2차 사건현장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중 윤성여씨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8차 사건과 관련된 경인일보의 보도사진. /경인일보DB

실제 재심 공판에도 참석해 증인석에 선 이춘재는 "전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모방범죄 1건은 내 입장에서 해결이 안 되고 평생 끌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이야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자백한 바 있습니다.

또 당시 진술조서와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을 담당했던 한 경찰관도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 많이 억울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심이 진행되는 내내 윤씨는 늘 밝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재심을 담당한 검사와 판사들이 모두 그를 향해 고개 숙일 때도 그 사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듯 의연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고 법정을 나온 그에게 꽃다발이 전해졌습니다. 꽃을 들고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저 같은 사람이 다시는 안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모든 재판이 공정한 재판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인일보 기사를 통해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중 윤씨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8차 사건을 알아보고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사법 정의에 대해 토론해봅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