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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가 꽃 핀다 / 손가락이 시를 쓰는 동안 //

딱 달라붙은 입술 / 안에서 / 혀가 꽃 핀다 //

손가락이 똥꼬를 헤집는 동안 / 혀가 꽃 핀다 //

거품이 꽃 핀다 //

죽어 벌어진 피조개껍질 / 닫히지 않는 입술 //

벌려도 벌려도 벌어지지 않는, //

죽어도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

장옥관(1955~)


권성훈교수교체사진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인간 정신은 하나로 구성되어 있지 않듯이 다양한 감정들이 모순적 요소로 얽히고 설켜 있다. 말하자면 동일 대상에 상반된 것이 함께 지니고 있는 성질을 양가적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른바 양가감정이 생겨난다. 양가감정은 애증(愛憎)과 같이 애정과 증오가 반대되지만 두 감정이 동시에 있는 경우로서 역설적인 측면에서 고통과 쾌락이 공존하는 것과 같다. 많은 시인들이 한편의 시를 고통 속에서 피는 꽃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는 고통을 동반하는 쾌락으로 연결되면서 '딱 달라붙은 입술 안에서 혀가 꽃'을 피우는 것, '죽어 벌어진 피조개껍질'을 보라. 단단함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움의 '닫히지 않는 입술'을 내밀고 있지 않던가. 이 입술은 시어가 통과하는 세계를 향한 '모순의 입술'로서 '벌려도 벌려도 벌어지지 않는' 진실과 '죽어도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거짓이 함께 공속 되어 있다는 것. 거기에 그 모든 것들이 피워내는 것은, 한낱 실체가 없는 '거품이 피워 낸 꽃'에 불과하다는, 공백의 자명성을 일깨워 준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