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전국 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10만9천242명으로, 재해율은 0.58%다. 2018년도 10만2천305명보다 6천937명(6.7%) 늘어난 수치다. 근로현장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55명으로, 10만명 당 0.46명이었다. 원인별로는 추락 사고(떨어짐)가 40.6%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조업과 건설현장에서 주로 발생하는 끼임 사고(12.4%)와 부딪힘 사고(9.8%)가 뒤를 이었다.
지난 20일 평택시의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골격이 무너져 내려 노동자 5명이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공사현장 6층 높이 자동차 진입 램프 구간에서 발생했다. 사상자는 모두 중국 국적의 노동자들이었다.
지난 10월에는 광주시 곤지암읍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천장 철공 위에서 작업하다 1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같은 달 5일에는 하남시 망월동 건축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중국 국적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 올해 상반기 건설업 사망사고는 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9명보다 25명(10.9%) 늘어났다. 이 가운데 추락 사고가 전체의 49%(126명)나 됐다.
건설 현장에서 중대사고가 나 여럿이 죽거나 다쳐도 법인대표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정도에 그친다. 대체로 현장 책임자를 처벌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게 상례다. 때문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처벌 규정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경영 책임자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재해를 줄여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입장이 갈리고 사용자와 노동계가 맞서면서 찬반논란이 거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형벌이다'는 주장에 '해외는 상한 없는 무기징역'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경영계는 '누가 건설회사 사장 하겠느냐'는 볼멘소리다.
죄와 벌은 균형추가 맞아야 한다. 다수의 인명을 앗아간 사고가 났는데 벌금 몇 푼으로 그치는 건 너무 가볍다. 그렇다고 중대사고가 날 때마다 대표를 구속한다면 구인난을 겪을지 모른다. 진도가 더디더라도 법 제정 이전에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