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만 최하 10조원 이상 동남권 신공항
경제성 논란에도 與 힘의 논리 가덕도 추진
이자만 年 4천억 4대강·아라뱃길 사례 경종
'바른 과학기술…' 국가적 재앙 백지화 주장


이한구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10년 이상을 끌던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 앞바다에 자리 잡을 모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터파기공사가 점쳐지나 건축비만 최하 10조원 이상이어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관건이다.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면 김해신공항보다 최소 3조∼4조원의 혈세가 더 소요돼 경제성 논란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힘의 논리로 반대세력에 재갈을 물리기로 했다.

지난달 26일에 소속의원 135명의 연명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예타 면제 구실로 지역균형 발전을 내세웠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반드시 사전에 정책적,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타 조사대상은 총비용이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각종 사업이다.

1999년에 김대중 정부가 부실한 타당성조사에 따른 국책사업 실패 재연을 방지하고자 예타 제도를 도입했다. 예타 평가항목은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인데 핵심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재무분석)이다. 투자비용과 장래의 예상수입(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서 점검하는 것이다. 비용편익(B/C)분석기법을 사용하는데 편익을 투자비로 나눈 값이 1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다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경제성 분석결과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무분석 수치 왜곡으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한 공공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고질적인 정경유착 비리의 온상이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외환위기로 경황이 없음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예타의 법제화를 서둘렀겠는가. '3조원짜리 자전거길'이란 별명의 경인아라뱃길이 새삼 주목된다. 길이 18㎞, 폭 80m, 수심 6.3m의 인공수로 건설 및 서해안과 경기도 김포의 한강 길목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이명박정부는 인천항과 경인고속도로의 과부하를 줄이는 물류혁명이라며 2009년 1월에 착공해서 2012년 5월에 개통했다. 공사비용은 약 2조7천억원이었다.

성과는 어떠한가. 개통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에 경인항 김포터미널에서 처리한 화물은 당초 예측치의 1%에 불과하고 김포터미널과 인천 서구 검암동 시천교를 오가는 유람선사업은 갈수록 승객이 줄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교량 통과높이, 수심, 운하폭 등 외항선 통행조건에 미달한 것이 결정적이다. 한겨울에는 물길이 얼어붙는 날이 많은 점도 매력을 떨어뜨렸다. 더 실망인 것은 아라뱃길 착공 전에 이미 인천신항 건축계획이 확정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경인수로가 '배가 다니지 않는 뱃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타당성 평가가 화근이었다. 2008년 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출한 '경인운하 수요예측 재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공사를 시작했다. 당시 KDI는 편익(B)/비용(C) 비율을 1.065로 제시해 사업성을 확인했다. 1988년 노태우정부 이래 20여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타당성을 검토했는데 B/C비율이 0.92에서 2.07까지 정권 입맛에 따라 널뛰기했다. 동일한 연구기관이 같은 자료들로 경제성을 검토하는데 B/C값이 달랐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덕분에 우량공기업이던 한국수자원공사는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4대강과 아라뱃길 건설로 수공의 부채가 2007년 말 5천억원에서 2016년에는 11조4천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수공이 갚아야 할 이자만 연평균 4천억원 이상이어서 2016년부터 정부가 매년 혈세로 이자를 대신 갚아주고 있다. 수공이 로또 대박을 맞지 않는 한 천문학적 규모의 원리금 전부를 국민들이 갚아야 할 판이다. 국민들은 무용지물인 아라뱃길만 떠올려도 속이 쓰리다.

지난달 24일 800여명의 분야별 과학자들을 회원으로 둔 '바른 과학기술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은 가덕도 신공항 백지화를 주장하며 "국책사업에서 정치가 과학을 뒤엎으면 국가적 재앙만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